[MI기획-G2무역전쟁] 미중 新중상주의 전쟁 타깃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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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기획-G2무역전쟁] 미중 新중상주의 전쟁 타깃 된 한국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3.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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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서 반도체까지 中 굴기에 美 자유무역 질서 부정
트럼프, 세이프가드 안보관세 등 중상주의적 카드 남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은 10%의 관세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미국과 중국, 세계 2강의 싸움이 과거 유럽 열강들의 중상주의 전쟁에 버금가는 수준이 돼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은 세탁기와 태양광에 ‘무역법 제201조’에 근거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더니 이번 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무역확장법 제232조’의 국가안보 수입규제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01년 이후 17년간 사용되지 않은 카드들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뒤흔들 전망이다.

미국의 무역제재 대상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이고 첨단 분야로 꼽히는 반도체나 태양광까지 타깃이 됐다. 백악관 내에서는 에너지와 농업의 보호에도 나서야 할 때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굴기에 따른 대응이다. 중국이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 이어 태양광, 이제는 반도체까지 굴기에 나서자 미국도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반덩핑관세나 상계관세 등 WTO체제하의 일반적인 무역제재로는 중국의 대미 무역질서 교란에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과거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에 나섰지만 중국이 대만 등을 우회해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피해갔다고 했다. 태양광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은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제품까지 제재망에 걸린 것이다.

이번 주로 예고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강도 관세부과 역시 일반적인 제재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미 정부가 판단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우회 수출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매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도 역시 한국이 걸려들었다.

이처럼 미중 양 강대국 간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아직 미국이 반도체 등에는 세이프가드나 국가안보 관세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향후 중국 반도체의 굴기가 가시화될 경우에도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에 대해서는 ‘관세법 337조’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 카드 역시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제소에 따른 수입규제보다 수출업체에 훨씬 큰 피해를 준다. 현 단계에서도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미국은 경제자문위 보고서에서 교역국가가 자유무역으로 상호 이익을 보게 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토대를 부정한 상태. 미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주도했지만 수십 년 간 이익보다 피해가 더 컸다고 결론 냈다. 향후 세계질서는 중국의 굴기와 이에 따른 미국의 신중상주의 강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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