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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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3.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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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차례 금리 역전시 ‘급격한 자본유출 없어’
1450조원 가계부채.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악재’
연임에 성공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년7개월만에 발생할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과 관련해 자본유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 미국의 최고 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이 3월 하순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높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연 1.50%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은 미국 통화정책 방향만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관망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한은의 숙제다.

◇과거 2차례 금리역전...급격한 자본유출 없었다

이론적으로 보면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돼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과거 1999년 7월~2001년 3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 두차례 금리역전이 발생했지만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치 않았다.

한은에 따르면 1999년 7월~2001년 3월, 채권시장에서 24억달러가 순유출됐지만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는 각각 121억달러, 197억달러 순유입됐다. 당시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것 역시 한미 금리 역전에 따라 외국인 자본이 이탈한 것이 아니라 2년 전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외화 부채가 축소된 상황을 반영한 결과였다.

2005년 8월~2007년 9월에도 전체 자본유출입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직접투자가 67억달러 순유출됐고, 주식시장에서도 787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293억달러가 순유입됐다.

한은 관계자는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이미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동은 금리 수준뿐 아니라 환율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간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 곧 바로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1450조 가계부채 우려...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입지 축소

한미간 금리 역전이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잠재적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 역전이 장기화되면 금유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오르면 1450조원이 넘는 빚을 진 가계의 상환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 연준이 올해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국내 시중금리는 한은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경기 상황과 미국 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당장 145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4조원 늘어난다. 금융비용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에도 부정적 요인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한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문제다. 한은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우리의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국회에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중요한 고려요인이지만 그것만 보고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 부총재보는 “향후 성장과 물가, 거시경제 여건과 국내외 여건 변화,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가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이상 한은도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과거 두 차례 한미 금리가 역전된 당시에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후 2~8개월이 지나 한은이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문제와 미미한 경기회복세,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여러 변수가 한은의 주도적 통화정책 운용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라며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피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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