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길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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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길 전철 밟나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03.04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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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대료로 빈 점포 많아 …‘임대 문의’ 현수막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 특색 잃어 주말에도 ‘한산’
주말에도 가로수길 메인도로는 과거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사진=최은서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이 고점을 찍은 임대료와 메르스에 이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 내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고 있다.

가로수길은 높은 임대료로 대기업 브랜드가 핵심 자리를 차지하면서 한때 ‘한국의 소호’로도 불렸던 가로수길만의 특색을 잃어 유동인구가 급감하고 메인도로 건물 1층에서도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으로 전락하며 침체기를 겪은 압구정 로데오길의 유동인구를 흡수하며 상권을 키워온 가로수길이 로데오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시. 가로수길은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지난 1월 한국에 첫 오픈한 애플스토어에만 인파가 몰려있을 뿐 번화가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로수길 메인도로 건물 1층에서도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최은서 기자

특히 가로수길 메인도로 1층에서는 심심찮게 ‘임대 문의’ 현수막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애플스토어를 구경하기 위해 가로수길에 왔다는 30대 박모씨는 ”가로수길을 걷다 보니 공실이 제법 눈에 띄어 활기가 줄어든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침체는 관련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사동의 신규 창업위험도는 ‘의심’ 단계이다. 폐업률은 4%, 3년간 개업 대비 폐업률은 29.1%, 평균 폐업 기간은 3년, 점포증감률은 2.1%이다.

가로수길 메인도로에서는 공실 발생으로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어 놓은 건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최은서 기자

지난해 국감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 가로수길·경리단길·북촌·삼청동길·서촌·성수동 카페거리 등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 상권 평균 임대료는 전국 평균보다 3배 높은 3.3㎡ 23만4498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로수길 평균 임대료가 41만6856원으로 가장 높았다.

가로수길 인근 A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일부 점포는 권리금이 사라지고 임대료도 조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절반 이상에 달하는 건물주는 ‘한번 내린 임대료는 다시 올리기 힘들다’는 생각에 공실이 발생해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로수길이 한때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해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 중 한 곳으로 꼽혔지만 그 특색을 잃으면서 유인효과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로데오길 인근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압구정 로데오길이 높은 임대료로 대기업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체성을 잃어 공실이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침체기에 빠졌다”며 “가로수길도 높은 임대료로 대기업만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가로수길만의 매력을 잃게 돼 로데오길을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가로수길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어선 상황으로 현재 주춤하고 있는 임대료가 다시 한번 더 상승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 임차인은 버티기가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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