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엠코 합병설 솔솔~경영권승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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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엠코 합병설 솔솔~경영권승계 '시동?'
  • 허영주 기자
  • 승인 2011.03.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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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을 인수한 헌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재무통'인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과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을 현대건설로 보내면서 정몽구 회장의 깊은 의중이 그대로 드러났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MK(정몽구 회장)의 적자들이 차기 대권 만들기를 위한 총알 장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벌써 일흔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의 지분을 십분 활용할 디딤로로 현대건설만큼 훌륭한 조건은 없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재 현대엠코의 지분 25%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계열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으로서는 현대건설을 손에 쥔만큼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을 합병하면 자연스레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앞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7일 현대건설은 이사회를 열어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과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와 기타 비상무 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공고했다. 이 안은 31일 정기 주총에서 확정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결정될 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임 안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이미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정대 부회장

현대건설 이사 후보들 중 가장 주목을 끄는 이는 이정대 부회장이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안이 통과되면 현대건설의 재무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은 김창희 부회장과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투톱체제가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2007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가 2008년 특별사면 됐다. 그룹 내 재무통이자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분류되는 이유다.

또 다른 사내이사후보인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단장으로, 현대건설의 총괄 CEO를 맡게 될 전망이다. 제주 출신인 김 부회장은 1982년 현대자동차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거쳐 2005년 현대엠코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20여 년간 자동차 영업을 한 영업전문가다.


오는 31일 주총에서 후보 선임 안이 통과되면 정몽구 회장은 확실한 자기 사람들로 현대건설 경영진을 구축하게 된다. 향후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건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하나의 우산 아래 두 개의 건설사는 불필요하기 때문에 언제든 현대건설과 현대엠코를 합병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두 회사 간 합병이 실제로 이뤄지게 되면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의 지분 25.06%를, 정몽구 회장은 10%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자체 사업이 거의 없는 현대엠코는 그룹의 건설 물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순자산가치는 현재 약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합병하게 되면 시가총액 7조원이 넘는 거대 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합병 후 그룹 지배구조 중심으로 부각?

때문에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기 좋은 시점에 두 회사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합병에 대해 극구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현재까지는 합병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다. 현대건설 인수단을 꾸린 만큼 조직 장악이 완전히 끝난 이후 적절한 시점을 택해 합병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합병 이전까지는 현대엠코의 주가 끌어올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배주주일가 입장에서는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향후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재무통인 이정대 부회장을 현대건설로 보낸 이유가 후계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둑한 총알을 바탕으로 그룹 지분을 사들여 우호지분을 늘리면 손쉽게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배제된 현대엠코가 고리를 깨고 지주사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연구원은 "두 회사 간 합병은 향후 여론뿐 아니라 현대건설의 주가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며 "또한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전체에 대한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게 될 시점에 보유중인 현대엠코 지분을 통해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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