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투운동, 진영논리 아닌 정책대결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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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투운동, 진영논리 아닌 정책대결로 가자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2.27 15: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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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이용해 어느 한쪽을 공격하거나 보수와 진보 등 정치 진영 논리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있어 자칫 불꽃이 사그라들까 우려스럽다.

스스로 계속 '내 잘못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숨길 수밖에 없었던 수 많은 피해자들이 힘겹게 피해사실을 고백했다. 그런데 '너 무슨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라는 의심을 제기하면 막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용기있는 입을 틀어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이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미투운동의 입을 막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앞서 2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당 국회의원을 음해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소위 미투 운동이 좌파 문화 권력의 추악함만 폭로되는 부메랑으로 갈 줄 저들이 알았겠느냐"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던 이윤택 연극연출가를 이용해 문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진보측에서도 미투운동을 두고 음모론이 제기됐다. 전형적 진보 언론인으로 알려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6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공작을 하는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미투 운동을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거지 '미투' 운동이 곧 공작이라고 한 건 아니다"고 해명해야 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폭로는 성폭력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고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성범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그동안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를 뼈져리게 반성하기보다는 어느쪽 진영에 더 문제인사가 많나를 두고 다투는 모습에는 웃프다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정치권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미투 운동에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워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노리는 것보다는 정치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성평등과 여성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 문 대통령도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나. 적극 지지하는 것말고 달리 무슨 논쟁이 필요한가.

미투 운동이 일회성 열풍에 그쳐, 냄비처럼 식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정치권이 미투 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에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미투 운동과 관련된 정치권 논쟁이 정책대결로 발전하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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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2018-02-28 11:40:21
기사에 적극 공감합니다. 개인의 사적인 범죄를 보수 대 진보, 우파 대 좌파의 대결로 몰고 가려는 댓글부대들이 너무나 많은거 같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팩트를 직시하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면, 그게 보수든 진보든, 우파 든 좌파든 그 사람에 대한 비판과 처벌을 해야지 그것을 확대 해석하여, 정치적 이념 싸움으로 몰고가 기득권을 유지하고, 쟁취하려는 도구로 이용한다면 용기를 내어 드러낸 수많은 미투운동자들의 진정한 의도를 훼손시킬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