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분유 식중독균 헤프닝' 정부기관 신뢰에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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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분유 식중독균 헤프닝' 정부기관 신뢰에 '먹칠'
  • 류지수 기자
  • 승인 2011.03.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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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식중독균 검출 발표로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매일유업 분유가 외부 검사에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를 처음 조사한 정부기관의 신뢰도에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외부 조사에서 매일유업 분유가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다시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유통기한이 2012년 8월5일인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 2단계' 4만9774캔 가운데 6캔의 정기 검사 샘플을 조사한 결과, 1개의 캔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설사와 복통, 두통 등을 유발하는 식중독균의 하나로 제조분유에서 병원성 미생물인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매일유업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문제 삼았던 해당 유통기한의 제품 56캔을 한국식품연구소 등 11개 외부 검사기관에 식중독균 검출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매일유업은 또 "문제가 됐던 분유 외에도 다른 분유 제품 6종 36캔에 대한 검사에서도 '불검출'로 판명돼 제품 안전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재차 확인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열풍 건조를 거치는 과정에서 포도상구균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매일유업의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액상원료를 섭씨 125도에서 살균하고, 분말화하는 단계에서 섭씨 195도 이상으로 열풍 건조하는 등 두 차례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유해균이 발견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안정성 논란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검역원이 검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황색포도상구균은 공기중에서도 검출될 수 있는 만큼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안전성이 논란 되고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들 혼란만 가중되기 때문에 정부가 샘플을 수거해 검사한 과정이나 실험 방법 등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특히 분유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상구균은 특성상 분유를 생산하는 공정중에는 나오기 어렵고 검사과정에서 교차 오염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성급하게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색포도당구균은 일정한 조건에 일정한 균수 이상이 있어야 독소를 만드는 데 그런 부분들이 검토가 되지 않고 무조건 독소균이 나왔다고만 발표한다면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상열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도 "검사 샘플 6개 캔 중 1개에서 황색포도당구균이 검출됐다고 발표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문제가 있다"며 "샘플 6개 모두에서 균이 검출됐다면 문제가 있는게 맞지만 1개에서만 나왔다면 검사를 한 차례 더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색포도당구균이 실험 과정에서도 들어갈 가능성을 100% 배제하기 힘든만큼 검역원에서 번복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선택을 할 텐데 그런면이 부족하고 언론에서 나온 내용이 맞다면 검역원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정확한 조사에 의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황색포도상구균은 생산공정에서 옮겨질 수 있기 때문에 실험 과정에서 매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공산품 같은 경우는 한 개가 부적합하면 그것만 폐기하고 판매하면 되지만 식품은 먹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 관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식중독 균 검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매일유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 천모(32)씨는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외부기관에서 검출이 안됐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는 나왔다고 하니 내 아이에게 먹이는 건데 찝찝해 다른 분유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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