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대형사엔 호재 vs 중견사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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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대형사엔 호재 vs 중견사엔 악재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8.02.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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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시장 위축…수주 경쟁 치열
대형사,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진출할 가능성 높아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재건축 시장이 정부의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안전진단’ 강화 등 압박으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들의 희비(喜悲)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2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은 사실상 ‘재건축 불허’나 다름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안은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무현 정부 이후 완화됐던 안전진단 기준을 다시 ‘정상화’ 한다는 취지다.

이번 발표로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의 ‘안전진단’ 전 단계에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권에서 1988년 2월 이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앞뒀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주택은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여기에다 올해 부활한 ‘초과이익환수제’도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당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시공사 선정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도시정비사업의 절대적인 발주량이 줄고, 이에 따라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향후 몇 년은 재건축 신규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어서 시공사 입찰을 앞둔 단지에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주택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단지 가운데서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공사비 8087억원), 강남구 ‘대치쌍용2차’(1822억원),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재건축(2462억원)가 알짜 단지로 꼽힌다. 서초 ‘방배삼호’, ‘방배 6·14구역’도 사업 진행에 따라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대형사보다는 중견사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과 대규모 신규분양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온 대형사가 소규모, 일반 신규분양 시장으로 비중을 확대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 규제로 재건축의 속도가 지연되면 오히려 신규분양 시장에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인기 지역, 인기 브랜드로 쏠림현상이 심화돼 대형사는 양호한 분양 실적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중소건설사가 들어가기란 만무하고, 대형사들의 관심이 적었던 지역에서 수주를 해왔다”며 “대형사가 택지지구 사업 등으로 수주 범위를 확대한다면 자금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건설사들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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