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여정 청와대 회담, 北이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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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김여정 청와대 회담, 北이 걷어찼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2.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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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평화외교 막후 드러나...靑 "현재 대화 중인 사안... 확인 못해준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대표단과 만나려고 했으나 북한이 막판에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본부석에 앉아있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펜스 미국 부통령(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 고위급 인사 간 회담을 주최하려는 움직임이 비밀리에 오고갔으나 북한 측이 막판에 이를 취소하면서 불발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측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하려 했고, 북한은 미국의 이런 태도에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이들의 대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 北이 먼저 원했다

21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 차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매체는 이번 회담 논의는 북한 측이 만날 의향을 내비치면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백악관 측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부측이 그와 만나기를 원한다는 정보를 중앙정보국(CIA)로부터 들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북측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시각 2시간 전 북측이 취소를 알려오면서 회담은 불발됐다.

▮ 美강경론 일방적 통보 자리 거부한 김여정

북한이 먼저 만나자는 신호를 보냈던 회담이었던 만큼 취소한 배경이 주목된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회담하기로 한 전날인 9일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을 면담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대북에 강경한 태도를 거듭 내비친 것에 대해 북한이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김정은 정권에 대해 공격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한미일 동맹 단계를 공고히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탈북자를 면담하는 자리에서는 "북한은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대북 전략 기조를 재차 확인한 후 회담이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미 국무부 "핵미사일 우려 강조하려 했다"

북한의 회담 초정 제안에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일 응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에이어스 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북측과의 회담을 하더라도 이를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하는 관점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북측과 어떤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과 직접 만나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 어려움 시사

이번 북미 청와대 회동은 우리 정부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함구하고 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금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며 "남북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나 한국과 미국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양해드린다. 현재로선 보도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다"고 했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동계 올림픽 기간 북미 간 만남을 성사시키기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탐색전 수준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뛰어넘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화로 진전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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