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LG디스플레이, 파주 만우천 ‘불법점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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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LG디스플레이, 파주 만우천 ‘불법점용’ 사건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3.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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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하천 내 맘대로 직원 휴게소 설치...주민출입 통제해 원성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LCD패널 사업 세계 2위에 빛나는 LG디스플레이가 파주 ‘만우천’을 불법 점용했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에 흐르는 지자체소유 하천을 불법 점용해 주민들의 출입을 막고 분수까지 설치해 직원 휴게 장소로 사용했던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점용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5년 동안이나 이 공간을 마음대로 이용했다. 파주시청이 철거 명령을 내리고 며칠이 지난 3월4일 부랴부랴 막아놓았던 펜스를 철거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기밀유출과 보완을 이유로 주민 출입을 막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불법점용이 지속되고 있었다.

지자체 소유 하천 점용해 지역 주민출입 막고 직원휴게소로…파주시청 철거명령
LG디스플레이, 출입문 철거 이후에도 보완 이유로 주민출입 막아, 불법점용 지속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파주시청이 불법점용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달 25일. 파주시청은 LG디스플레이가 허가도 받지 않고 단지 외곽 만우천 둑 양쪽에 길이 10m, 높이 2m의 철제 펜스와 하천 중간에 직경 1m가량의 부유형 분수대를 설치한 사실을 적발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천국과 지옥 오가는 불법점용 행태?

현행 하천법은 홍수 등 재난을 막기위해 자연하천을 인위적으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6년께 단지내를 흐르는 만우천 300~400m 구간을 인위적으로 폭 20~30m(당시 10m)로 넓힌 뒤 연못과 분수대를 설치했다.

철구조물로 된 산책로를 조성하고 생태공원을 활용한 카페도 운영하는 등 직원 휴식공간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심지어 그곳 주민들은 만우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보안등을 이유로 만우천 둑을 따라 휀스(600~700m)를 설치한 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단지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와 택시운전기사 B씨 등은 “이곳에 산지 오래됐지만 LG디스플레이 단지 안에 만우천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LG디스플레이가 꼭꼭 숨겨두고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실제 점용하고 있는 것은 만우천 상류다. 하류는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지만, 사실상 들어가기 힘들다. 그러나 하류의 경우 지난해 말 ‘물고기 집단폐사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환경단체와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LG디스플레이 단지에서 발생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1일 10만t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폐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LG디스플레이 폐수종말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방류수가 하천 수온 보다 높은 온도로 물고기들이 수년째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온도를 낮춰 방류할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모씨는 “물고기 집단폐사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며 “국가 지방하천의 출입을 누구든지 막을 수 없다. 파주 시민이 불편함을 넘어 대기업의 비도덕적인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난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업윤리를 지켜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주시청 특혜 없었나?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도 파주시청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파주시청 하천팀 관계자는 “철거명령 조치를 내렸다. 기한을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2주내에 막아놓았던 펜스와 분수대를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경기도와 파주시는 하천의 선형까지 바꿔가며 LG디스플레이의 ‘파주 LCD 클러스트 산업단지’ 구축을 도왔다.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라고는 해도 이미 복개 작업 중이었던 만우천의 사업비 22억원을 보상해 주면서까지 이 사업을 추진시켰다. 

지난 2006년 본격적인 산업단지 지정 절차를 밝기 시작하려던 중 부지내 흐르고 있는 만우천이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했지만, 경기도와 파주시는 이미 복개공사를 진행 중이었던 만우천의 사업비를 보상해 주고 지방하천 관리위원회의 자문회를 거치는 등 열정을 다해 하천의 흐름을 바꿔가며 ‘LG디스플레이의 산업단지’ 구축을 도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하천을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으나 파주시청은 5년간이나 이 사실을 몰랐던 책임이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지자체의 하천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므로 둘 다 과태료 등 처벌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점용 그 후 철거됐나?

한편, LG디스플레이는 파주시청이 철거 명령을 내린 지난 3월4일에서야 부랴부랴 막아놓았던 펜스를 철거했다. 그러나 분수대와 관련해서는 분수철거를 안전하게 하기위해 의뢰한 상태라고 답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는 여전히 기밀유출과 보완을 이유로 주민 출입을 막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불법점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제는 철거를 해놓아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매일일보>이 방문한 지난 7일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출입을 막았다.

LG디스플레이 현장 관계자는 “파주시 명령에 따라 철거를 하긴 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주민들의 출입은 어렵다”며 “조만간 파주시청과 협의해 점용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당시 단지를 조성할 때 시와 협의한 사항이지만 이를 입증할 문서가 없어 일단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구조물을 모두 철거한 것으로 철거 뒤에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7세대와 8세대 LCD패널 생산라인 구축에 9조원을 들여 LCD 일관 생산체제를 갖췄으며 오는 2013년에는 직접 고용 인원만 6200명,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4만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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