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싱겁게 끝난 하림 vs. 교촌, ‘닭날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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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싱겁게 끝난 하림 vs. 교촌, ‘닭날개’ 공방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3.1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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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내민 건 닭날개 주인이었다?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1994년부터 닭고기 제품에 ‘핫윙’이란 상표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는데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2004년부터 매운맛 닭날개 튀김을 ‘핫골드윙’이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이는 명백한 상표권 침해다.”(하림)

“교촌 ‘핫골드윙’은 하림 ‘핫윙’의 상표를 침해하지 않았다. 상표권침해금지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민사 판결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아있는 특허심판을 통해서도 교촌의 ‘핫골드윙’이 하림의 상표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겠다.”(교촌)

하림과 교촌, 5년여간 지속된 3 건의 닭날개 상표권 관련 소송 다시 원점 
교촌 무패행진? 하림 “법원판결 받아들이겠다” vs 교촌 “자존심 상할 것”

닭고기 프랜차이즈인 교촌에프앤비와 하림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 민사 재판부가 하림의 패소 판결을 선고한 이후, 막바지로 치닫던 이들의 싸움이 최근 특허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은 하림의 패소로 끝난 민사재판(상표권침해금지 등) 외에도 교촌이 신청한 닭날개 특허 두 건에 대한 소송(상표 권리범위 확인)을 각각 특허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법원 3부는 ‘청구기각’을 대법원 1부는 ‘각하’시켜 서로 다른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교촌은 소송의 실익이 없다며 각하된 판결에 대해 “다시 판결해 달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최근 대법원 3부는 1부와는 달리, 특정 상표의 권리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소송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5년여 간이나 지속된 싸움의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침해다 vs. 침해 아니다

두 회사 공방전의 초점은 매운 닭날개 튀김을 뜻하는 ‘핫윙’이다. 하림은 지난 1992년과 2001년 닭날개 튀김 제품에 부착하는 ‘핫윙’ 표기 상표 2건을 출원한 후 사용했다. 이후 경쟁사인 교촌이 비슷한 제품에 ‘핫골드윙’이라는 상표를 붙여 시판에 들어가자, 하림은 지난 2006년 “핫윙과 유사한 표장을 사용,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교촌을 상대로 상표사용 금지 및 25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교촌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민사6부는 “핫윙이 비교적 쉬운 영어단어로 조합된 한글 음역으로 ‘고급의 매운 닭날개’ 요리로 직감될 수 있고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1.5%가 ‘닭날개 요리’로 인식하는 점, 각종 요리책이나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매운 닭날개 요리로 소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핫윙과 핫골드윙은 상품의 품질, 원재료 효능, 용도, 가공방법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해당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핫윙’은 ‘매운 날개’의 의미를 갖고 ‘핫골드윙’은 ‘매우 귀중한(고급의) 날개’라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호칭과 관념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식재료로 닭고기를 사용하는 점에서 같고 ‘닭날개 튀김’의 경우 치킨전문점을 통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판매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동일 유사한 상표를 부착하는 경우 수요자가 상품 출처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하림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도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하림이 ‘핫골드윙’이라는 상표를 닭고기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켜 달라”며 교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1부도 교촌치킨이 ‘핫골드윙’을 써도 된다며 하림에 패소 확정판결을 내렸다. 

교촌은 민사소송 중에 ‘핫골드윙이 핫윙의 상표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며 특허심판원(1심)에 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이후 하림은 특허법원(2심)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해당 분쟁의 본안소송인 상표권침해금지 소송의 판결이 선고된 이상 소송의 실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최근 특허심판원 대법원 3부는 교촌이 하림을 상대로 낸 상표 권리범위 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2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미 상표권 침해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와 별개로 불리한 권리범위를 취소하는 일 역시 교촌측에서는 법률상 이익이 되는 일인데도 소송 실익이 없다고 각하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교촌과 하림의 닭날개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무의미한 판결, 왜?

하지만 하림은 당초의 추진력과는 달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교촌에게 백기를 들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본안소송에서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니 이번 판결도 원심과 동일하게 (교촌의)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소송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핫윙의 상표권 주인은 해표였다. 지난 2004년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으나 하림이 패소해 상표권을 사게 됐다”면서도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의 소송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인 교촌을 상대로 5년여 간이나 힘을 소진한 대기업 하림에게 ‘힐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교촌 관계자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하림이 자존심만 상할 것”이라며 “민사재판을 모두 이긴 뒤라 사실상 특허법원의 판결이 무의미 하다”고 말했다.

물론 교촌이 마음을 완전히 놓기엔 이르다. 회사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뒤에도 특허심판원이 반대된 결정을 했다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림은 2001년 국내 대표 사료업체 천하제일사료를 인수, 하림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축산 대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또 농수산 홈쇼핑을 계열사로 추가, 국내 최대 육계 업체로 규모를 확대했다.

작년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을 하림홀딩스와 하림으로 분할한 이후 지난달에는 농수산홀딩스를 설립, 유통부문까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림 그룹내 4개 지주사 통합이나 사료·양계·축산·유통 등을 모두 포괄하는 수직계열화 추진 등에 대한 전망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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