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측 온갖 성의 인상적...관계개선 실무대책 세우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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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南측 온갖 성의 인상적...관계개선 실무대책 세우라"(종합)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2.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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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수뇌부 심중 읽기 위한 방남 목적 밝혀...이산가족상봉 등 급물살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쪽을 방문하고 평양에 귀환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고위급대표단과 만나 이들의 활동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방남 후 돌아온 고위급대표단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우리 측의 성의를 다한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뒤 실무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우리 정부는 8년여 만에 복원된 북측 고위급 인사와의 소통채널을 적극 활용해 남북 화해모드를 이어가면서도 미국 등 주변국의 반응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 北,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군사당국회담·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기대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여동생이자 자신의 대남 특사인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두 사람으로부터 방남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김 상임위원장으로부터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와 청와대 방문을 비롯한 활동 내용에 대해,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급 인사들과의 접촉 상황을 보고받았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부장이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 동향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적시했다. 이번 특사 파견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대북제재와 핵항모 등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한미 수뇌부의 진짜 속내를 알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보고를 듣고 나서 만족을 표시하면서 "남측이 고위급대표단을 비롯해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편의와 활동을 잘 보장하기 위해 온갖 성의를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하부에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조치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공통된 의지가 안아온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나가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들을 세우는 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부, 군사회담 이산가족상봉 등 추진할 듯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서 향후 추진 방향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적 대책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군사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 등이 거론된다.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은 행사는 남북이 지난달 9일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당국회담 개최다. 남북은 당시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2항에서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에 견해를 같이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은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저희는 준비는 하고 있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가능성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중국 북한식당에서 집단으로 탈북한 여종업원 송환을 언급하며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은 "이산가족 문제라든지 남북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있어서는 남북 간에도 충분히 협의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북 민간교류와 관련해 정부는 비정치적인 민간교류는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고위급대표단에 평양시의 전국체전 참가와 경평축구 부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1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오찬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경평축구를 다시 하면 좋지 않겠는가”라며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동맹 고려 냉철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큰 틀의 구상을 가다듬은 후 상황을 충분히 보며 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핵심 인사들과의 소통채널을 적극 활용해 북미대화에 응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 인사가 청와대를 찾은 것은 2009년 8월 이후 8년 6개월 만으로, 북한 헌법상 행정 수반 지위에 있는 김 상임위원장과,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의 청와대 방문은 의미가 남다르다.

복원된 남북 핫라인을 본격 가동하기 위해 대북 특사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조 장고나과 서 원장은 각각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과 국정원 3차장을 역임했고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한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직접 방문해 향후 대응방향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은 북측 특사단의 접견·오찬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카운터파트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지며 미국을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최대한의 압박 지속'에서 '(외교적) 관여'를 추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하며 상황 변화를 이끄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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