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카드사 몸집 경쟁 '과유불급'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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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카드사 몸집 경쟁 '과유불급' 당부
  • 안경일 기자
  • 승인 2011.03.0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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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과도한 욕심을 부려 추후 부실의 씨앗을 키우기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를 발휘해 달라"

금융당국이 올해 KB카드의 분사 등을 계기로 확대되고 있는 카드사들의 과도한 외형확대 경쟁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7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국내 7개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 및 여신금융협회장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최근 카드시장 및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카드사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고, 카드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경영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며 "2002년 카드사태처럼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 확대가 초래될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목격했던 것처럼 '블랙스완' 이론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신용카드 시장에서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며 "현재 수익성과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무리하게 외형 확대 경쟁에 뛰어들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목을 받은 블랙스완 이론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 오는 상황을 뜻한다.

이에 따라 그는 "무리한 외형확대 경쟁이 고위험 자산의 급증으로 이어져 부실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불법 모집행위와 불건전 영업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영업 상황 어떻기에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517조4000억원, 자산규모는 7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9%, 14.7% 증가했다. 이는 카드사태 직후인 2003년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다만 카드자산 중 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9%에서 36.9%로 크게 하락했다.

상품별로는 신용판매(412조1000억원)가 10.6% 증가한 가운데 2009년 소폭 감소했던 카드론 이용실적이 23조9000억원으로 42.3%나 급증했다. 카드론 자산도 15조5000억원으로 35.2%나 늘었다.

특히 신용카드 발급 수는 지난해 8514만매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고, 모집인수도 30% 늘어난 5만명으로 집계됐다.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 확대 등 회원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도 전년 대비 4.8%포인트 증가했다.

김 금감원장은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카드론과 리볼빙 서비스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에는 저신용 회원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돼 연체율이 상승하고, 카드자산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올해 KB카드 분사를 계기로 카드사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2002년 카드사태의 교훈을 떠올렸다.

2002년 카드사태는 외형확대 경쟁으로 급증했던 카드 자산이 부실화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카드사들은 28.3%에 달하는 연체율 등으로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카드 발행과 유통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업계 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었다.

◇금감원, 카드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

이에 김 금감원장은 카드사 CEO들을 향해 ▲건전한 신용카드회원 모집질서 확립 ▲합리적인 수준의 부가서비스 제공 ▲카드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단기 성과주의 지양을 당부했다.

우선 카드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카드대출은 본질적으로 서브프라임 대출로 신용위험이 크기 때문에 급격한 자산 증가는 추후 부실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카드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 조정해 카드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키로 했다.

특히 금감원은 카드회원 모집실태 점검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하고, 여신금융협회 '합동기동점검반' 인력을 20명에서 30명으로 확충키로 했다. 또 이달부터는 기동점검반 점검 시 금감원 검사원을 투입해 점검의 실효성도 높이기로 했다.

과다한 경품을 제공하거나 길거리 모집 등 불법 모집에 대해서는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해당 카드사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책임도 물을 방침이다.

아울러 합리적인 수준의 부가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기 위해 카드 상품 설계시 수익성 분석을 의무화하고, 상품 약관심사 및 정기·부분 검사시 이행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또 마케팅 경쟁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반기마다 실시해 경쟁행위를 단속키로 했다.

김 금감원장은 "가계 부채확대로 인한 부실화 가능성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잠재리스크 요인"이라며 "저신용 회원에 대한 카드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대출심사 및 한도 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불건전 카드대출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올해 카드사 검사 때는 성과지표 운영의 적정성 여부를 중점 검사항목으로 운영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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