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역동성이 한반도 평화 가져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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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역동성이 한반도 평화 가져오나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2.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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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기대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전날 북한은 우려했던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했다. 9일 개회식 당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소식도 알려왔다. 대화를 하고 싶다는 선명한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구상'을 처음 추진할 때 기대했던 바로 그 메시지다. 10일 김 부부장 일행과의 오찬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희망적 사고'라고 비판할 만큼 한반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었던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적 역동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주제는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 다름 아닌 '한국적 역동성으로 한반도 평화를 열자'는 의미다.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이 예정된 북한의 오전은 조용히 지나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오늘 오전 10시30분(북한시각 1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열병식보다 축소된 규모의 행사였다고 했다. 북한이 당초 4월 25일이던 건군절을 평창올림픽 직전 2월 8일로 돌연 변경하면서 핵미사일 도발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북한은 외신은 물론이고 내부 방송으로도 생중계를 하지 않음으로써 열병식이 '대미용'이 아닌 '대내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미국과의) 대화의지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남북대화 재개에 이어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맞아 한국을 공식방문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남북대화 재개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 7월 독일 공식방문 때 발표했던 베를린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독일 평화의 상징인 베를린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간 접촉을 제안했었는데, 이것이 결실을 봐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북미 대화로 이어지게 해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의 시작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개한 '나라를 나라답게' 공약집에서 그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체육교류 재개 △남북 체육교류 재개로 남북의 화해 협력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4월 강원 유세에서는 '평화올림픽 5대구상'(△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협의 △금강산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 대회 참가 △북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협의 △북한 응원단의 속초항 입항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 올림픽 전야제 개최)으로 구체화했다.

취임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번 북한에 올림픽 참가 러브콜을 보내왔다.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 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7월 6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 구상'과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도 평창올림픽이 남북의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후 북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가 급속히 진전됐고 이번 올림픽에서 역사상 첫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북한은 역대 최대 규모의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고 김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인물을 보내기로 했다. 

이처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평창 구상'은 힘을 받게 됐지만 아직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이날도 미국의 강성 매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한국으로 출발 직전 요코타 주일미군기지에서 "우리 군은 준비된 상태이고, 미국은 단호하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본토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의 재래식 무기 도발에 소형 핵무기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무부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대북 추가제재를 수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적 역동성이 세계를 움직이면서 평화를 위한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 완화 여부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다(인민일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도 우리 정부의 '평창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일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지원과 격려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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