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베, 펜스, 김여정 한자리에...북핵 외교장이 된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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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베, 펜스, 김여정 한자리에...북핵 외교장이 된 평창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2.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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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리셉션을 주최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평창 구상'이 실현되는 데 있어 중대한 의미가 있는 자리다. 남북 간에는 화해 모드가, 북미일 간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중재할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셉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모인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당일 리셉션에 앞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대북 방침에 대한 온도차를 확인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에는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기조를 지지해온 구테헤스 총장을 만나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고 이후 아베 총리와 만나 최근 우리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관계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남북 대화 모드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리셉션이 시작되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미 고위급 인사간의 접촉이다. 이와 관련, 조영남 북한 외무성 국장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조용히 치른 만큼 내심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원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조 국장의 발언은 펜스 부통령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로 여겨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이 우리 정부에 북한 인사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보도를 의식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측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 부부장을 파견한 점 자체가 대화로의 국면전환을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북미 양측 모두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또 다른 외교적 장이 없다는 점도 양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과격해진 북미 간 분위기는 최근 '코피 전략' 등 군사 옵션까지 나오는 등 외교적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한정 상무위원도 북미가 대화에 나서도록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8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평화노선에 지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리셉션에서 발표할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도 주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조 아래 오래 전부터 연설 내용을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셉션에서 북미간 접촉 등 큰 진전이 없더라도 북미 정상급 인사가 평창에 있는 기간 문 대통령이 양측을 만나 대화 국면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북핵과 마시일 등에 대한 근본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바라는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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