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영업익 3배 오른 S-OIL…“성과급 한 푼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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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영업익 3배 오른 S-OIL…“성과급 한 푼 못 받았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1.03.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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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성과급 제일 많이 받은 곳은 GS칼텍스, 2등은 S-OIL”…진실은 저 너머에~

[매일일보=박동준 기자]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후 정부 당국의 정유업계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이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직접 정유업계 원가계산을 해보겠다고 말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높은 기름값에 대해 정유업계는 유류세 탓으로 일관하면서 “지금의 고유가는 세금 때문”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기름 값의 가격구조를 구성하는 요소 중 국제 원유가에 세금을 높게 매겨 현재의 휘발유 가격이 비싸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유사들이 기름 값 인상시마다 엄청난 영업이익을 남겼고, 그에 따라 대규모 수당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유사들의 논리에 치명타를 안겨주는 일이 발생했다.

▲ 아흐메디 에이 수베이 S-OIL 대표이사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월28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2010년 성과급 현황을 공개했다. SK에너지가 설 연휴 전 월급의 300~600%를 2010년도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을 비롯해 정유사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4대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4대 메이저 정유사들이 2010년도 거둔 호실적을 기반으로 두둑한 상여급을 직원들에게 쥐어줬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특히 보너스 안주기로 악명이 높던 현대오일뱅크가 1000%를 줬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가운데 점유율 4위에 그치는 영세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연봉면에서는 단연 업계선두인 S-OIL의 경우 성과급으로 월급의 500%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현대 “비율 높아도 실지급액 최저”

성과급 지급 논란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3일 “업계에서 성과금 비율이 가장 높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급여구조(실수령액 대비 기본급의 비중)의 차이로 인해 실제 지급된 금액은 우리가 4대 정유사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취합된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지급된 실제 성과급 지급액은 GS칼텍스, S-OIL,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의 순이다.

그런데 이러한 업계의 전언과 달리 S-OIL 관계자는 3일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며 “올해 성과급 명목으로 나온 금액은 한 푼도 없다. 최근 고유가 분위기로 인해 분위기가 안 좋다”고 주장해 오히려 의문을 자아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는 휘발유가 최근 급등해 정유사가 큰 돈을 버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사실 회사 매출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밖에 안 된다”고 강변했다.

S-OIL “한 푼도 안받았다?”

S-OIL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등한 이유는 원유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정제부산물 부문에서 마진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것.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전년대비 실적이 대폭 하락한 2009년도 실적에 대한 성과급이 지난해에는 지급됐었다는 점.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왜 안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경영진이 아니라서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다”며 묘한 웃음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공개되어있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원유 수입가와 정유사의 영업이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을 때 “유가상승으로 인한 마진상승이 없다”는 S-OIL 관계자의 볼멘소리에는 설득력이 없다.

동사 재무재표를 보면 2008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94.3달러로 치솟았을 때 영업이익은 1조3964억원으로 업계 2위까지 올라갔던 반면, 바로 이듬해 두바이 유가가 61.9달러로 안정됐을 때는 2912억원으로 급락했다.

역으로 뒤집어보면, 결국 고유가로 국가 경제와 소비자들이 신음할수록 S-OIL은 쏟아지는 영업이익으로 환호성을 올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김성태 의원은 “하다못해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도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원가가가 오를 때 정유회사는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냐”며, “원가가 오를수록 영업이익이 더 커지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증권가 “기름값 내려도 업체 피해 미미”

한편 정유업계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게 되면 정부의 압력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부 압박에 의한 내수가격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업계의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최근 정유사 주가 하락과 관련해 “전체 매출비중에서 8% 내외에 불과한 가솔린에 대한 내수가격 압박 인하가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가격인하에 유류세 인하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는 누리면서 마진율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률 감소분은 줄어들어 오히려 정유업계에 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S-OIL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10% 남짓에 불과한 휘발유 가격을 인하해 이익을 환원할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장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정부가 TF팀을 구성해 정유업계에 대해 조사 중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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