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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야 개헌의지 진실한가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태어나 지금까지 이어져온 제6공화국 헌법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토대를 두고 있는 국가최고법이다. 그러나 시대정신이 충돌하는 1987년 체제 청산과 맞물리면서 개헌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대두됐다. 이는 지방자치 관련 조항만 봐도 알 수 있다. 헌법 117조와 118조는 완전한 지방자치를 이루기에는 내용이 부실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진실성은 부족해 보인다. '말 뿐인 개헌론'이 의심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조차 개헌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이 개헌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던 1일이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저녁 6시가 넘긴 시간에 당의 개헌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는 개헌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민주당은 이날 밤 갑자기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헌법 조항이 너무 많아 헷갈렸다는 해명과 함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번복했다. 국가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대 사안에 대해 민주당은 ‘자유 삭제’를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여당의 신중하지 못한 개헌안 발표만 보더라도 ‘촛불혁명 완수’라는 개헌의 명분이 무색해질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개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동시에 투표를 진행하자고 했던 국가적 현안이다. 그 중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핵심적 헌법 가치다. 여당에서조차 몇 시간 만에 '삭제'에서 '유지'로 뒤집는 상황인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야당이라고 다를 바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 공약을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지방분권 개헌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수긍할 만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즉 여야 모두 정쟁의 대상으로만 ‘개헌’을 다루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국민을 위한 개헌'은 없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를 "공중(公衆)의 것(res publica)"이라고 했던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말이 생각나 씁쓸할 뿐이다.

윤슬기 기자  ysk2460@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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