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형량 왜 바뀌었나?…法 “묵시적 청탁 없었다”
상태바
이재용 부회장 형량 왜 바뀌었나?…法 “묵시적 청탁 없었다”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8.02.0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재산국외도피도 ‘무죄’
승마 지원금 관련, 박 전 대통령-최씨 공모 인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후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서울고법에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164일 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특검은 앞서 이 부회장에는 징역 12년, 다른 피고인들은 각 징역 7~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삼성에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는지, 최씨 측에 제공한 승마 지원이 뇌물인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법리를 두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양측이 워낙 치열하게 다퉈 선고 직전까지도 이 부회장의 유무죄 판단은 쉽게 점쳐지지 않았다. 1심 선고 당일 이 부회장은 자신이 석방될 것으로 기대하며 구치소 측에 작별 인사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하는 등 그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를 대체로 무죄라고 봤다.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힌 게 항소심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우선 삼성의 행동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두 사람에게 뇌물을 전달했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 작업을 매개로 한 청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이라는) 최고 정치권력자가 기업을 겁박해 뇌물 공여가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다. 단 말은 삼성 소유로, 말을 공짜로 사용한 부분이 뇌물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씨는 뇌물 수령으로 나아갔다”며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씨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마필 소유권을 최씨 측에게 넘긴 것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마필 구매 대금 등은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마필 운송 차량 등 차량 구입 대금만 무죄로 보고 살시도나 비타나, 라우싱 등 마필 구입 대금 등 총 72억9000여만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됐던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