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SK증권 매각설, 여의도發 ‘루머’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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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SK증권 매각설, 여의도發 ‘루머’에 불과할까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4.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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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몸만들기’ 본격화하나...업계 “자통법 시행 따라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 높아”

[141호 경제]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시행에 대비해 증권업계가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금융업종간의 ‘칸막이’를 허무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의 증권업 구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선진 외국계 금융사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경쟁력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 증권사들마다 투자은행(IB)업무나 자산관리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 해외시장 진출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대형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M&A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미 KGI(옛 조흥증권) 매각 추진을 계기로 증권사 M&A 대전은 시작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 대만의 쿠스그룹이 대주주인 KGI 증권이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받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교보, 하나, SK 증권 등의 매각 가능성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GI증권의 대주주인 대만 쿠스 그룹은 보유 지분 51%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키로 하고 1차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현재 외국계 증권사 서너 곳과 국내 동부증권 1곳 등 모두 10여 곳이 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자본이 1천710억원에 달하는 KGI의 매각가격은 51%의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1천억원에서 1천5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0년 조흥증권 지분 51%를 인수한 쿠스 그룹은 온라인 중개와 선물, 옵션 매매 등 영역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업점을 폐쇄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는 여의도 본사만 남겨놓고, 채권 및 법인 영업, 수익증권 판매 등에 주력하고 있다.    

IB 부문 특화 교보증권, M&A 시장서 군침

업계는 KGI 매각 추진을 계기로, 증권사 M&A 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현재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교보증권.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 측에서 이미 교보증권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는데, 당사자인 교보생명은 이와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보생명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 떠도는 루머에 불과할 뿐”이라고 못 박으며 “자통법 시행과 따라 증권사들의 통폐합이 예상되면서 교보증권 매각설 또한 나오고 있는데, 검토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보증권 인수대상자로 거론된 일부 국내은행과 증권사 등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면서 “교보증권에 군침을 흘리는 곳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교보)생명 측에서는 매각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통법에 대비해 교보증권을 더욱 키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 이달 초 교보증권 박창배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과 함께 단행된 구조조정 역시 조직 슬림화를 통해 교보증권의 생산성을 높이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교보증권은 지난 4일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는데, 3그룹 13본부 5실로 된 기존 그룹 중심 조직을 3본부 3실로 대폭 축소해 본부 중심으로 만듬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매각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또 대주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보증권의 매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교보증권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증권사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은행과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계열 증권사가 없는 국민은행 등이 꼽히고 있다. 

매각설이 힘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교보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IB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IB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는 증권사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M&A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

여기에 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상장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이 돌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국내 생보사 상장 1호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교보생명은, 올 하반기 상장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장이 늦춰질 경우 교보증권 매각 작업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SK, 지주회사 전환에 '증권' 털고 가나

SK증권 M&A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몇 차례 매각설이 나돌았던 SK증권은 모회사인 SK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함에 따라 매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SK지주회사로 편입되는 SK네특웍스와 SKC는 각각 22.43%와 12.26%에 달하는 SK증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사로 전환되게 되면 금융업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SK증권은 2년 안에 지주사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 일단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SKC&C나, SK건설 등이 SK증권 지분을 사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또 이달 초 SK네트웍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던 SK증권 매각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SK증권 매각설도 주춤해졌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SK증권을 아예 그룹에서 제외시켜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자본금이 1620억원에 달하는 SK증권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게 될 경우 관심을 가질 기업 또한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동부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들이 인수 의향을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밖에 하나증권, CJ투자증권 등의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하나증권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는 대한투자증권을 소매영업 중심으로, 하나증권을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하나의 소매영업 부문을 대투에 양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지주사 안에 2개의 증권사를 둘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하나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J투자 증권 또한 대주주인 CJ그룹이 매각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사 M&A 본격화, 내부통제시스템 약해질 수 있어

한편 증권업계에 인수합병이 본격화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는 물론 내부통제시스템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주최 자통법 공청회에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김화진 교수는 “자통법 시행과 함께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들은 M&A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M&A를 통해 단기간 내 성장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는 물론 내부통제시스템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 투자은행의 M&A 영업이 중개나 자문에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를 통한 직접 투자로 전환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자본시장이 통합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거래질서와 윤리 스탠다드가 갖춰져야 한다”며 “업계 종사자들이 준수해야 할 세부 규칙들을 자율규제기관들을 중심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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