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두 번 겪고서야 소방법 처리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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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참사 두 번 겪고서야 소방법 처리한 국회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1.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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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 때 놓쳐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방기본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 소방안전 관련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소방기본법 개정안 등 소방안전 관련 3건의 정부·의원 법안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제천 참사에 이어 밀양 참사까지 벌어지고서야 비판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처리한 것인데, '소 잃고 귀양간 고치기'조차 제때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전체회의를 열어 △소방기본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했다. 최근 충북 제천 화재 참사, 경남 밀양 화재참사 등 대형 화재로 인명 피해가 커지자 소방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으로 서둘러 처리한 셈이다.

임시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법사위를 개최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원래 개회식 후에는 법안처리를 하지 않는 국회 관례가 있지만 오늘은 제가 법안을 처리하도록 결정했다. 진즉 처리했어야할 법안들을 못했다는 반성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소방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11월 21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이후 1년 넘게 행정안전위원회에 발이 묶이는 등 처리에 난항을 겪고 올해 1월 12일 법사위에 회부됐다. 해당 법은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소방자동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차를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는 등 방해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소방자동차의 신속한 출동과 소방활동을 위해 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을 규정하여 최대한 신속히 현장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신속한 출동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에 소방자동차의 통행과 소방대의 소방활동에 지장을 주는 주차로 인하여 소방자동차가 신속히 현장의 소방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소방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소방자동차 외에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소방자동차의 현장 접근성 및 신속한 소방활동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소방시설 공사업법은 지난 2016년 11월 4일 정부발의 된 이후 소방기본법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행정안전소관위원회에서 잠들어 있었다. 해당 법은 소방시설공사의 품질 및 안전 확보를 위한 관련 주체의 책무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17년 3월 10일 김영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해양수산부장관) 대표발의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날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사위를 통과했다. 소방 관련 시설의 범위를 확대해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골자다.

한편,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화재예방 및 소방안전 관련 법률안은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34건으로 법사위 계류 5건, 관련 상임위 계류 29건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 5개 중 3개 법안만 전체회의에 상정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나머지 2개 법안도 미룰 필요 없이 시급히 통과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에도 경주-포항 지진 이후 국회에 발의된 지진관련 정부·의원 법안 16개 중 14개 법률안이 소관위에 접수된 채로 길게는 1년 2개월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급하게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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