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포세대 울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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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N포세대 울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1.3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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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현재 많은 대한민국의 20~30대 청년들이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일컫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집과 경력을 포기하면 ‘오포세대’, 취미와 인간과계까지 포기하면 ‘칠포세대’라고 부른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웃픈 용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한 발표는 20~30대 젊은이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 가슴에 칼날이 돼 깊숙이 꽂혔다. 삼포·오포·칠포세대 등 웃고 넘기려 했던 단어들을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만들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9일 지방 공공기관 내 채용비리를 점검한 결과 489개 기관에서 1488건의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채용비리 내역을 살펴보면 △고위 인사 지시로 면접 위원 내부 위원으로만 편성 △특정인을 위한 단독 면접 진행 △합격 배수 조정해 특정인 합격 △면접 점수 내정 순위에 맞도록 변경 등 조직적으로 특정인을 위한 채용 절차가 진행됐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사업부문 114개 기관의 평균 초임 연봉은 3465만원. 분야별로는 금융 분야가 416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연구교육(3690만원) △에너지(3481만원) △고용·보건복지(3338만원) △산업·진흥·정보화(3333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열정페이’란 명목 하에 초봉 1800만원, 세후 월 130만원을 받는 청년들과 비교하면 가히 꿈도 꿀 수 없는 연봉 수준이다.

이 같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한창 뛰어놀고 꿈을 꿀 나이에 학원과 독서실을 배회하며 청춘을 보냈던 청년들의 노력과 시간을, 허리가 휠 정도의 사교육비 부담을 위해 밖에서 고생했던 부모들의 마음을 가볍게 짓밟았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가 만들어져 있었던 것. 출발선부터 다른 그들은 삼포·오포·칠포세대가 포기했던 것들을 누릴 것이며 그들의 자녀 또한 그렇게 다른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할지 모른다.  

얼마 전 방송된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는 ‘이번 생에 돈 모으기를 포기한 자포자기 총각’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28살의 4년차 직장인 사연이 소개됐다. 그는 자신의 월급이 160만원으로 적다 보니 ‘티끌모아 티끌’일 것 같아 돈 모으기를 포기했다고 설명해 듣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암담한 한국 사회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자면 다행히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시선은 모두 정부가 뽑아든 칼날 끝에 향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칼을 뽑아든 만큼 용두사미로 그치는 게 아닌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더 이상 헬조선이 아니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채용비리 청산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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