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데이트폭력, 결혼 후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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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데이트폭력, 결혼 후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 김천규 기자
  • 승인 2018.01.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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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9명 데이트폭력 경험···신체적 피해로 병원치료 10.7%

[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서울시가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데이트폭력을 경험(88.5%, 1770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데이트폭력 피해자(1770명) 중 22%가 ‘위협 및 공포심’을, 24.5%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하고,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피해를 입은 190명 중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데이트폭력은 유형별(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폭력, 신체적폭력, 성적폭력)로 시작 시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으며, 대응에 있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데이트폭력 피해자 46.4%는 ‘상대방과 결혼’했고, 이 중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기혼 조사참여자 833명 중 742명이 데이트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강희영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하는 경우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데이트폭력은 여성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한 데서 문제가 시작됐고,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교육 및 피해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따르면 약 4일에 1명(2016년 96명)꼴로 애인에 의해 살인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보름(2017.11.7~21)간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20~60세 이하,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시는 △데이트폭력 유형별 피해실태(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유형별 폭력 시작시기와 폭력 방법 △피해자의 느낌 △조치사항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분석했다.

우선 피해자에 대한 행동통제는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행동통제가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자료=서울시 제공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높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다.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와 같이 폭력 정도가 심한 경우도 10%를 넘었다.

성적 폭력으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피해도 나타났다. 성적 폭력이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이 59.5%를 차지했다.

폭력 유형별 본인의 주된 느낌을 묻는 질문엔, 행동통제와 성적 폭력의 경우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36.7%, 30.3%)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행동통제의 경우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반면, 언어‧정서‧경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은 ‘헤어지고 싶었다’(32%, 33.8%), ‘무기력 또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졌다’(32.3%, 30.7%)는 응답이 많았다.

데이트폭력 유형별 본인이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4개 유형 모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데이트폭력 피해를 감추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신체적 폭력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지만 이 역시 9.1%에 머물렀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자료=서울시 제공

피해자가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해도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 밖에도 △데이트폭력에 대한 인지여부 및 인지경로 △지원기관 인지 △데이트폭력 원인 △데이트폭력 예방 및 피해여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수요도 조사했다.

2000명 중 89.7%(1793명)가 데이트폭력에 대해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경로는 TV나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 등 대중매체가 다수를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피해를 지원하는 기관은 1366→112→성폭력 상담소→가정폭력 상담소 순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원인으로는 과반 이상의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다.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든 응답은 20대(15.9%)에서 가장 많이 나왔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했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올해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02-1366)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첫 운영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키로 했다. 대학생 대상 데이트폭력 예방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2016년 7월부터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을 운영, 데이트폭력 대응방법 안내 및 전문기관, 의료‧법률지원을 연계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에 총 173명을 지원한 바 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번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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