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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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1.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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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인공지능(AI)’. 근래 들어 우리 주변을 너무나 밀접하게 맴돌고 있는 단어다. 

현재 우리 생활 대부분에 기여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넘어, 이젠 가전제품들까지 무서운 속도로 똑똑해지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로만 접해오던 미래 세상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 대중화를 외치며 각자 자사의 AI 플랫폼인 ‘빅스비’와 ‘씽큐’에 기반한 에어컨을 선보였다. 

수준급 냉‧난방 성능은 기본으로, 과거 사람이 물건의 사용법을 익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가 사람을 학습한다’는 게 골자다. 사용자가 제품을 자주 사용할수록 기계는 더욱 똑똑해진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발전된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해 2가지 이상의 명령이나 자연어, 심지어는 다양한 사투리까지도 대부분 오차없이 알아듣는다. 과거 일정 형식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엉뚱한 대답을 내놓던 그들이 벌써 이만큼 발전했다는 게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다만, 가격을 살펴보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양사가 이번에 내놓은 제품을 예로 들면, 200만원은 기본으로 최대 500만원 후반대에 달한다. 일부 세트 포함 가격은 600만원을 넘는다. 

‘좋은 제품’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가격표를 보면 구매욕이 한풀 꺾이고 만다. 너도나도 AI를 외치고 있는 시대, 이들이 주장하는 혁신이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신제품일수록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 유지비 등의 면에서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다. 

또한, 에어컨은 일반적으로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가전제품에 속한다. 최근에는 계절적 가전의 성격도 벗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나를 공부하고, 말을 알아듣고, 최첨단 부품이 탑재됐다는 등의 이유로 초고가의 에어컨을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AI 탑재 에어컨 판매 비중은 전체의 10% 이하였을 만큼, 당장 AI 가전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도 많지 않아 보인다. 그저 튼튼하고, 사후지원이 잘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필요할 뿐이다.

기업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프리미엄화-명품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혁신 제품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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