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평창 ‘4P’ 올림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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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평창 ‘4P’ 올림픽 논란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1.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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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평창(Pyongchang)올림픽’을 두고 누구는 ‘평화(Peace)올림픽’이라고 한다. 다른 누구는 ‘평양(Pyongyang)올림픽’이라고 한다. 또 다른 누구는 ‘열병식(Parade)올림픽’을 만들려고 한다. 평창올림픽이 ‘4P올림픽’이 돼가고 있다.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초반만 해도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촉발된 균열이 갈수록 커져가더니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국내 보수진영의 정쟁용 신조어라면 무시하고 말겠지만 동맹국인 미국까지 같은 생각이라면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내에서는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을 찾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용한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펜스 부통령과 참모진들은 한국인들이 현송월 일행의 방남에 현혹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안해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평창 체류 기간 내내 맞불 선전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해진다. 펜스 부통령마저 평양올림픽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언론에서는 심지어 “동맹국 간 분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언론에 대고 남북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은 올림픽으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대북 압력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방침이 조금이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같은 생각을 문 대통령에게 명확히 전달하고자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결정했다고 했다. 위안부합의 재조사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남북대화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참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일 양국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상황은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대규모 열병식이 벌어질 조짐이 뚜렷하다. 평양 미림비행장에는 최근 들어 병력과 군장비의 집결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또 본격적인 열병식 준비를 하고 있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의 상징은 이른바 ‘핵무력 완성’이다. 북한이 열병식을 가진다면 이를 과시하기 위한 행사임에 틀림없다. 민족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서라면, 남북대화를 위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면, 나아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이 가야할 길이 결코 아니다.

인민군 창건 ‘70주년’이라는 의미가 크다지만 ‘71주년’이면 어떻고 ‘72주년’이면 어떤가.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을 진정 평가했다면 인민군 창건 기념일 변경을 한두 해 미루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평창올림픽 전야제를 금강산과 강릉에서 함께하자는 우리측 제안을 미안한 태도로 사양하는 양심 정도는 보였어야 한다. 어쩌면 애초 북한은 열병식을 위한 올림픽을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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