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리서치계, 외국계 IB에 ‘속수무책’
상태바
국내 증권사 리서치계, 외국계 IB에 ‘속수무책’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8.01.22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라·도이체 방크 등 글로벌IB 매도 리포트에 제약·바이오株 급락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상승고도를 달리던 코스닥이 외국계IB의 매도 리포트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종목 강세에 따라 890선을 달리던 코스닥은 지난주 노무라가 내놓은 셀트리온 관련 매도 보고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870선 마저 위협받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89포인트(-0.78%) 하락한 873.10을으로 장 마감했다. 이날 그간 코스닥 강세를 이끌던 제약·바이오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지수 약세를 견인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2.50%, 4.80% 빠진 가운데 바이로메드(-0.47%)와 티슈진(-1.84%), 메디톡스(-1.10%), 셀트리온제약(-5.94%) 등 대부분 제약·바이오주도 약세를 보였다.

최근 코스닥 급락은 지난주 나온 노무라의 지난 17일 일본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의 주가가 실제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다음날 독일계 증권사 도이체방크도 셀트리온 목표 주가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투자심리 악화를 부추겼다.

외국계IB의 매도 리포트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 조정은 비단 이번 뿐은 아니다. 지난해 11월27일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하향조정하자 주가가 5% 넘게 빠지고SK하이닉스도 동반 하락세를 보인바 있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보다는 외국계IB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목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증권업계 사이에서 부정적인 매도 의견을 내는 외국계 IB 리포트에 대한 시장 신뢰가 높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우리나라 리포트를 받아보기가 쉽지 않아 외국계 증권사에서 나온 리포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셀트리온의 경우에도 국내 증권사 14곳 중 13곳이 투자의견을 ‘매수’로 설정해 놓은 상태이다. 나머지 한 곳도 투자의견은 ‘유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각각 37.19%, 13.25%로 3년 연속 증가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국내 종목을 분석하는 곳이 많지 않아 보고서 한 장만으로 외국인들의 매매를 좌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외국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국내보다는 외국계 보고서에 더 신뢰를 갖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외국계IB의 리포트 수준이 국내 증권사보다 꼭 질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보고서를 낼 경우, 이에 따르는 기업의 컴플레인 등을 고려했을 때 독립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내기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한국계 보고서보다 내용이나 분석 방식 등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을 적다 보니 상당히 자율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리포트를 쓰면 해당 기업을 출입하지 못하게 되거나 투자자들의 각종 컴플레인에 시달리는 등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며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참고할 때는 목표주가나 투자의견보다 그 기업의 핵심 가치에 대한 분석 내용을 중심으로 투자 결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