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 옥죄는 美… ITC, 삼성-하이닉스에 ‘SSD 특허침해’ 조사
상태바
한국 무역 옥죄는 美… ITC, 삼성-하이닉스에 ‘SSD 특허침해’ 조사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1.22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ITC, 자국 반도체 기업 문제제기에 따라 관련 조사 착수
잇단 국내 기업 견제에 우려 목소리 이어져… 결과에 촉각
삼성전자 메모리&스토리지 제품.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국내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홈페이지에 따르면 ITC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관세법 337조에 따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대상으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적층 전자부품, 이들을 활용한 제품들에 대한 특허권 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 진행된 미국 반도체 기업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대상 업체들이 비트마이크로의 메모리 관련 특허권을 침해했는지가 골자다. 조사 대상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델 △레노버 △HP △아수스 △에이서 △바이오 △트랜스코스모스 등 9개 기업이 포함됐다.

SSD는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대용량 저장장치로, 가장 널리 쓰이는 하드디스크(HDD) 보다 내구성과 속도, 소모전력 등이 우수하다. 일반적으로 노트북과 서버 등에 쓰인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규정으로, ITC는 자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에 대해 수입‧판매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ITC 조사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대게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의 국내 기업 견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말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ITC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2016년 9월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바 있다. 당시에는 ITC가 하이닉스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미국 패키징 반도체 업체인 테세라 테크놀로지 역시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일부 삼성 자회사가 자사 반도체 공정 및 패키징 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테세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 및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수입금지 및 판매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박 행보를 고려했을 때, 향후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내 업체들에 밀리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정부 성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규모 벌금을 물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서도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만 하더라도 대상 중 SSD를 직접 제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국내 기업들을 겨냥한 조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델, HP, 레노버 등은 비트마이크로가 SSD를 판매하는 고객사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SD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 업체이며, SK하이닉스는 7위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한국의 대미 수출은 633억1000만달러로, 이 중 반도체는 약 45억7700만달러에 달한다. 최근 반도체 호황과 맞물리면서 집적회로 반도체와 보조기억장치 부문의 수출 규모는 각각 74.4%, 77.3% 증가했다. 반도체 분야의 수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가 간 통상 마찰이나 분쟁 심화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 올해도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 비교적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