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유력…‘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상태바
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유력…‘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8.01.21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평 13위 호반, 3위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 ‘단독 참여’
호반 해외경험 전무…위기 발생 시 관리 능력도 ‘미지수’
이달 5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8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 김상열 회장이 “호반그룹의 회장으로서 넓은 시각으로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M&A를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할 것이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047040]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외형상 10배가 넘는 회사를 인수하는 상황이어서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지난 19일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는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산은은 단독입찰도 유효하다는 입장으로, 최종 매각 조건과 가격 등 인수 조건에서 산은과 호반 간 별다른 이견이 없다면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몸집의 차이가 워낙 크다는 점이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호반건설은 13위에 올라있다. 반면 시평 순위 3위인 대우건설은 1위 삼성물산[028260], 2위 현대건설[000720]과 국내 ‘빅3’ 대형사로 꼽힌다. 시평액은 호반건설이 2조4521억원, 대우건설은 8조3012억원이다.

연간 매출로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 호반건설 매출액은 1조1800억원으로. 대우건설(11조원1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다시 매물로 나온 바 있다. 금호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금으로 6조4255억원을 지불, 당시 일반 기업 기준으로 국내 최대 금액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금호는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어려움에 시달렸고, 결국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토해냈다.

이번에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최저가를 1조5600억원으로 잡았고,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약 1조62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4500억원으로, 유동성 자산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호반건설은 우선 산은이 소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사들이고 나머지는 3년 후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대우건설 지분을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자금 조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호반건설의 해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싼 가격에 매입한 뒤 여기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성장한 건설사로 해외사업 경험은 없다. 반면 대우건설은 지난 1976년 남미 에콰도르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40여년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는 30여개에 이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데 해외사업 역량이 없는 호반이 대우건설의 해외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수행해나가고 수주고를 끌어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유동자금을 모두 털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만큼 해외사업 부실이 잇따라 발생하면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구성원들 간 화합도 넘어야할 산이다. ‘대우맨’이란 자부심이 높은 대우건설 직원들은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에 인수된다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서에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험과 이해,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오는 26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호반건설이 제시하는 매각가격이 최소 기준가 이상이면 지분을 정리한다는 입장이어서 매각 성사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