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남 집값 잡기, 조바심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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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남 집값 잡기, 조바심부터 버려라
  • 송경남 기자
  • 승인 2018.01.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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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 단속’ 카드를 꺼내든지 열흘 가량 지났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국세청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불법 전매와 호가 부풀리기 등 현장 단속을 강화했다. 하지만 규제에도 잡히지 않았던 강남 집값이 단속에 잡힐 리는 만무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53% 올랐다. 송파구(1.47%), 강동구(1.11%), 서초구(0.81%), 강남구(0.59%) 등 강남4구의 오름폭이 컸다. 대대적인 투기단속과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 집값 상승은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달아오른 재건축 단지가 일반 아파트값을 올리고, 가격이 오른 일반 아파트가 다시 재건축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5100만원이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가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만은 잡겠다”라며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펼쳤음에도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서울 집값이 약 56% 상승했던 것을 근거로 든다. 노 대통령은 2003년 3주택 보유자 중과세와 주택거래신고제, 종합부동산세,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시작과 더불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8·2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하다 지난해 9월부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강남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은 ‘규제’보다는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의 확대’ 때문으로 봐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는 집주인들을 관망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자 호가(呼價)는 치솟았고, 일부 높아진 호가의 매물이 거래되면서 해당 아파트 단지의 시세로 굳어졌다.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상황에서 나온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은 강남 대기수요를 키웠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심리까지 가세하면서 강남 집값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자 또다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보유세 인상이 유력했으나 조세저항 우려 때문인지 이번엔 재건축 규제 강화를 들고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대 후반에 지어져 재건축 추진이 임박한 아파트들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남 과열을 막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책들이 서울 등 일부지역에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거나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아직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는 적용 사례가 없고,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이달 말 시행된다. 또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남아 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에 추가 대책을 내놔도 늦지 않다. 잦은 규제는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내성만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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