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계, 美·中 전방위 압박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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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계, 美·中 전방위 압박에 ‘전전긍긍’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1.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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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미국에 세탁기 덤핑하고 있다” 언급…고관세 부과될까 가전업계 근심↑
자동차-화학업계도 거센 통상압박에 ‘노심초사’…롯데는 사드 보복에 中 사업 철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최근 국내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압박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가전업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 뒤에 고관세 부과 등의 제재가 항상 뛰따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또한 사드배치 관련한 제재를 완전히 풀어주지 않아 중국에 진출한 롯데 등 유통기업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해 1월 출범 이후부터 보호무역주의를 펼쳐오고 있다. 이에 일환으로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초과 물량은 50% 고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권고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 시한은 내달 2일까지다.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은 최근 ‘2018년형 휘센 에어컨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주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덤핑을 하지 않고 있고, 여지도 없다”라며 “미국 내 보호정책 등으로 인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최종판정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현명한 결과가 나오길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은 반도체에도 번졌다. 최근 I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국 기업의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두고 조사하기로 했다. 넷리스트, 테세라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들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전세계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등에서 양사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높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있어, 업계는 이번 소송이 한국 기업들을 노린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인한 미국 수출 관세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측이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차량 연비 규제나 수리 이력 고지 등 한국의 자동차 규제로 인해 미국의 대한 자동차 수출이 고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주장대로 수출 관세가 부활한다면,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가격 경쟁력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철강 업계는 미국 정부가 올해 한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더욱 엄격하게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까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31개의 우리나라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는데, 이중 철강·금속이 20개에 달했다. 또한, 철강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이 아니라면 사실상 현지 판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학·태양광 업계 역시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통상압박이 거세다. 현재 중국 상무부는 한국산 석유화학 원료 스타이렌모노머(SM), 화학용제 메틸이소부틸케톤(MIBK), 합성고무 니트릴부타디엔고무(NBR) 등 3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SM의 경우 지난해 6월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이어 11월 MIBK에 대해 29.9%의 예비덤핑 판정을 내렸고, 같은 달 NBR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태양광 소재 분야의 경우, 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관세율을 기존 2.4∼48.7%에서 4.4∼113.8%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도 태양광·화학 산업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등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심화되는 통상 압박에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은 미국 정부가 한국산 합성고무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44.3%)가 부당하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까지 냈다. 미국의 한국산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오는 26일 결정 시한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보복에 직격탄을 맞았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내 롯데마트 전 점포에 대해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90% 이상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롯데는 이로 인한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면서 지난해 9월 중국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이후 태국CP그룹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미국의 보호무역과 중국의 사드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미 보호무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라며 “한국 기업들은 향후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정부와 공조해 FTA 개정에 대비, 상황별 유∙불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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