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언급한 MB에 ‘文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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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언급한 MB에 ‘文의 분노’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1.1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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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2라운드 공 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하며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격한 어조로 분노를 표출했다고 청와대가 18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잠복해 있던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이 전 대통령측과의 갈등이 이 전 대통령의 전날 성명 발표를 계기로 터져나오며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짧은 분량의 입장문에 불과했지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초고강도의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친구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개인적 감정이 하나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책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 이후 소극적인 대응을 후회한다고 적은 바 있다. 이는 친노 진영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전 대통령의 성명 내용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끌어 들이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물론 개인적 감정이 다는 아니다. 적폐청산을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성명 내용을 묵과할 경우 국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적인 우려가 나머지 메시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게 불쾌하겠지만 (이 전 대통령이) 사법질서를 부정했다는 지적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대통령의 분노가 개인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는 말이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수사에 못지 않는 수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른바 '적폐청산 2라운드'의 공이 울린 셈이다. 이에 따라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만간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출석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보수진영의 반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의혹 수사와 관련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검찰 수사로 사면초가에 빠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드러내면서도 보수세력 결집 등을 통해 국면을 빠져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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