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따라 잘 팔리는 1톤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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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황따라 잘 팔리는 1톤 트럭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8.01.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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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국내 완성차의 지난해 누적 판매량을 보다가 문득 ‘우리나라에 트럭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총합은 819만6053대로 집계돼 전년대비 6.9% 하락했다. 이 중 내수는 2.4% 감소한 155만80대, 해외는 7.9% 줄어든 664만5973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톤 트럭인 현대자동차의 ‘포터’와 기아자동차의 ‘봉고’는 호황을 누렸다. 포터가 10만1423대로 전년대비 4.6%, 봉고가 6만2184대로 8.9% 증가했다.

사상 최대 기록이다. 포터는 1987년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고지를 돌파했고 봉고도 2015년에 이어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단일 차종 판매량 순위에서도 포터가 2위, 봉고가 8위에 올라 경기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이처럼 포터와 봉고가 많이 팔리는 이유엔 푸드트럭, 용달, 택배, 창업 등 개인 사업자 및 자영업자가 통상 생계형으로 소형 트럭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699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2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국세청 발표에서도 2016년 새로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포터·봉고 등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차종”이라며 “구매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트럭의 선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값이 싸고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가 좋은데다 여러가지 쓰임새가 많다보니 다른 차량보다 교체 수요가 많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거래가 쉬운 덕분이다.

다만 아직 더 일할 수 있는 조기 퇴직자들의 재취업,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인한 창업 열풍 등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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