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가 적폐다” 은행권 발전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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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가 적폐다” 은행권 발전 발목 잡아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1.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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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투자손실, 채용비리, 셀프연임’ 달라진 은행권 신관치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을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일정연기 등 당국의 무리한 개입이 이어지면서다. 하나금융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사를 진행중이니 CEO선출 일정이 미루라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징계를 통한 금융당국의 은행권 CEO 교체 수순을 그대로 밟아간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사 결과를 갖고 징계하던 과거와 달리 검사를 마무리하지도 않고 민간 금융지주사의 경영승계 일정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신관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6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민간 은행 CEO 인사에 전방위로 개입했다. 최대 피해자는 KB국민은행이다. 김정태, 강정원 행장,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행장 등 CEO들은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이들 모두 각종 이유를 들어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특히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간 통합 후 초대 통합은행장이던 김정태 전 행장은 임기를 만료를 앞둔 2004년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는다. 향후 3년간 금융기관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사형선고인 셈이다. 2003년 국민카드 합병 당시 회계결산과정에서 5500억원 규모의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징계 과정에서 재무담당 부행장이던 윤종규 현 KB금융 회장도 회계처리에 중대과실을 범했다는 이유로 감봉 조치를 받고 은행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당국간 견해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위(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에서는 ‘고의성 없는 회계과실’이라고 판단했지만 금융감독원 제재심의회와 금감위에선 ‘중대 한 분식회계’로 결론냈다.

또 이 사안의 소급 적용도 문제였다. 중징계가 내려지기 1년 전인 2003년 당시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판단 내렸다. 그러나 이 위원장 이후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새로 부임하자 다시 이 문제를 검사해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지난 2008년 9월 지주사 설립 후 첫 KB금융지주 수장에 올랐던 황영기 회장도 1년만인 다음해 9월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했다. 우리금융지주회장 시절 1조원대 파생상품 투자를 결정해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너도 나도 파생상품 투자하던 시절이고 정부가 파생상품 투자를 장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징계를 통한 해임이나 사퇴 유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10월엔 5번째 도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채용비리 건이었다. 그러나 이 행장은 스스로 물러나 이번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졌지만 채용을 부탁했던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고 있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가 아직 안나왔기 때문에 민간 금융사 CEO선임 일정을 미루라는 당국의 요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의 중국 투자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주만 미뤄 달라는 요구했다. 결과도 안나왔는데 경영승계 일정을 미루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낸데 이어 지난 12일 2주가랑 하나금융 회추위를 연기하라는 구도 권고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잘못된 인사가 KB금융의 성장판을 훼손했다”며 “행장이 퇴진하면 인사는 그대로 꼬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때 마다 CEO가 교체되면서 그 여파는 부행장 이하 임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며 “행장 후보로 유력했던 부행장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면 어떻겠나. 줄만 잘서면 출세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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