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직장인·주부 300만명 뛰어든 가상화폐 ‘광풍’
상태바
학생·직장인·주부 300만명 뛰어든 가상화폐 ‘광풍’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1.14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 평균 거래규모 10조원대 육박...코스닥 시장의 75% 수준
가상화폐 채굴 전력 과소비.신종사기 등 부작용 속출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한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거대한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투자가 3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닥 시장의 75% 수준으로 치솟았다. ‘친구가 가상화폐 투자로 30억원을 벌었다더라’ 는 ‘카더라 통신’이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투자광풍은 환치기 등 각종 사기를 낳고 있다.

14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하루 평균 35억원, 26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각각 1조3000억원, 9461억원 규모다. 업비트는 0.05%, 빗썸은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루 평균 거래규모가 각각 7조원,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두 곳 은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12일 기준12조0840억원)의 75% 수준이다.

이런 시장에 학생·직장인·주부 등 한국인 300만명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단 시간에도 폭등락을 반복하는 탓에 매일 8시간 이상 휴대폰을 붙들고 있거나 자다가도 일어나 시세를 확인하는 투자자들이 다수다. 가상화폐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시세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다 보니 주식 거래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게 투자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수능을 마친 한 고교생은 “스마트폰에 가상 화폐 거래소 앱을 깔고 하루에 4∼5회식 단타 거래를 하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쏠쏠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반드시 1개 단위로 살 필요가 없다. 소수점 아래 8자리, 1억분의 1개까지 쪼개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20대 청춘들이 대학별로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가사화폐 정보 등을 열공한다. 시세가 급등하는 날엔 온라인 커뮤니티 ‘비트코인 갤러리’에 5000여개의 게시물이 쏟아지기 일쑤다.

가상화폐 생산을 위한 전력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는 가상화폐를 직접 생산하는 소위 ‘채굴장’이 생겨나고 있다. 가상화폐를 얻으려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이거나 직접 프로그램의 연산을 풀어 가상화폐를 얻어야 한다. 직접 가상화폐를 얻는 것을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가상화폐를 얻는 목적으로 개조한 컴퓨터를 ‘채굴기’, 채굴기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사들여 사람들에게 팔고 관리하는 업체가 ‘채굴장’이라 불린다. 채굴장에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리플, 라이트코인, 시아코인 등 각종 가상화폐를 생산한다.

가상화폐 채굴의 핵심은 전기료를 줄이는 데 있다. 개인이 채굴기를 굴릴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채굴장 상당수가 공단이나 강원도에 몰려 있다.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쓰다 보니 채굴기 1대가 한 달 동안 쓰는 전력이 수백㎾h에 이른다. 국내 가구 대부분은 한 달에 400㎾h 이하를 쓴다. 여기에 냉방기기의 가동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상 화폐를 잘 모르는 노인들을 겨냥해 가상 화폐와 다단계를 결합한 신종 사기도 등장했다. ‘가상 화폐를 만들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가상 화폐로 돌려주겠다’, ‘새로운 가상 화폐를 개발했다’며 투자자를 속여 금품을 가로채는 식이다.

검찰은 전문 환치기 사범들이 개입하면서 수백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환치기 사범들은 주로 중국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며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송금해달라며 맡긴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산다. 이 비트코인을 한국으로 보내면 국내 연락책이 이를 국내에서 되팔아 원화로 현금화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뤄진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 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로 인한 차액도 챙긴다. 비트코인 가격은 매일 유동적으로 변하는데 통상 한국에서의 가격이 중국 가격보다 비싸다. 많을 경우 1코인에 100만원 가량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국부유출 등 피해액도 늘어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가상 통화(화폐) 가격이 오르는 건 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고 이는 ‘피라미드식 금융 사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