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에 조폭 흉내까지…학교폭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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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폭행에 조폭 흉내까지…학교폭력 ‘빨간불’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7.04.0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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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학교폭력, 집중단속 기간에 학생 사망 사고

학교폭력 양상이 날이 갈수록 조직화ㆍ집단화ㆍ흉포화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중학생이 낀 10대들이 역시 중학생을 야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귀 구덩이에 머리만 내놓게 한 채 파묻는 비행을 저질렀다. 영화 속의 조직폭력배 흉내를 냈다고 하는데 섬뜩한 일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거짓 신고는 한 초등학생이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에게 보복하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3년 전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이 대대적인 학교폭력 근절캠페인을 벌여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캠페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발이 다했고 때문에 요즘 학교 폭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쿨폴리스 제도를 도입하다고 했건만 이런저런 반대에 부닥쳐서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올해는 신변위협을 당할 경우 민간 경호업체에 전화요청을 하면 무료로 경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폭력이 학교 안에서도 자행되고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기간에 학생 한명이 집단폭행으로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단원구 관내 모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모(17)군 등 3명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20분께 안산시 단원구 와동 길거리에서 관내 중학교 3학년인 B모(16)군을 집단폭행했다.

이날 A군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던 B군은 갑자기 쓰러졌으며 신고를 받고 현장에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B군은 숨을 멈춘 상태였다.

학교폭력은 단지 폭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약점을 잡아 집단으로 성폭행을 가하거나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중학생 C양(16)은 지난해 8월 친구 소개로 만난 또래 고교생 D군(16)으로부터 성관계를 요구받은 뒤 이를 거부했다가 ‘악몽 같은’ 7개월을 보내야만 했다.

‘채팅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D군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은 C양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D군의 손에 이끌려 인근 초등학교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C양은 D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D군 뿐만아니라 D군의 친구 2~5명과 학교 화장실, D군의 집, 빈 건물 등에서 성관계를 맺어야만 했다.

남학생들에게 C양은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도구로 악용됐고 C양은 이후 7개월 남짓 고교생 19명과 중학생 6명 등 25명에 달하는 남학생들의 성폭력에 11차례나 고충을 당해야만 했다.

목포지역 중학생 E양(15)은 지난달 2일 입학식 후 ‘이간질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이른바 ‘학교 짱’으로 통하는 남녀 중학생 12명으로부터 각목 세례를 당해 씻을 수 없는 심적ㆍ육체적 상처를 입었다. E양은 집단 폭행을 당한 후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등에 시달리다 전학을 준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 사이의 집단 폭력사태가 학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올 3월 개교한 포천시 소홀읍 송우택지개발 내 S고등학교 1학년 일부 학생들이 인근 아파트 경비원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포천시 소흘읍 송우4단지 주공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께 S고교 1학년 P모(16)군 등 3명이 아파트 경비실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이를 발견한 아파트 경비 N모(70)씨 등 2명으로부터 “어린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느냐”는 꾸지람을 들은 뒤 N씨를 둘러싸고 발로 차는 등 집단폭행, 상해를 입혔다.

이에 이 학교 관계자들은 사건 다음날 폭행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불러 사건 개요를 조사한 뒤 N씨에게 사죄와 함께 재발 방지 등 피해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학생들의 집다 성폭행 및 폭력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원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생생활지도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들을 접한 도내 대다수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망연자실해 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에 답답해 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와 시ㆍ도교육청들은 ‘학교폭력 일소’를 목적으로 매년 수십가지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으나 별 무소득으로 교육계 신뢰를 스스로 저하시키고 있다.

대표적 생활지도대책들은 학교내 취약지역에 감시 카메라 설피, 스쿨폴리스제도입, 학교 상담실 환경개선과 전문상담교사 활용, 학생 봉사활동 전대 등을 통한 인정교육 강화 등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년 동안 추진해 온 이같은 형식적인 학생생활지도 대책들은 학교폭력 및 학생비행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성인 범죄를 능가하는 흉폭한 학생관련 강력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학생들의 강력사건을 일소하지 못하는 주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학교를사랑하는모임 고진광 상임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학생생활지도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전시 위주의 형식적인 겉핧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은 더욱 강력한 비행학생 계도 및 징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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