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한 가족 두 지붕으로 나뉜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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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한 가족 두 지붕으로 나뉜 내막은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1.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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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마트 분리...정용진·유경 두 남매의 갈라서기 포석인가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신세계가 한 가족 두 지붕으로 나뉘게 됐다. 그동안의 통합운영 방식에서 탈피, 백화점과 이마트부문으로 법인을 분할해 운영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분할 전략엔 1, 2위를 다투고 있는 롯데쇼핑을 뒤로하고 유통 최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신세계의 야심이 담겨있다. 지난해 외형에서 롯데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가 마트와는 달리 백화점부문에서 롯데에게 밀리고 있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일각에선 ‘인수합병에 유리한 몸만들기’내지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두 남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다지기’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기업분할 나선 속내는 무엇일까.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부문으로 법인 분할운영, 新 전략으로 유통 최강자로
인수합병 시동,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부사장 남매의 경영권 승계위한 초석?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남매.
(주)신세계는 1963년 국내 최초의 근대 백화점으로 탄생한 이후, 1993년 이마트를 설립하면서 이마트를 함께 경영해왔다. 신설 이마트가 시장에 안착하는 동안 백화점 부문 수익의 상당 부문을 이마트에 지원했고 이마트가 성장한 이후에는 그 반대로 이마트가 백화점 사업을 돕는 등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후발 사업이었던 이마트가 대형마트 1위로 부상하는 등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백화점 부문에서 받던 시너지 효과가 점점 미미해지고 서로 다른 부문이 통합 운영되다 보니 그룹 차원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백화점vs.이마트 서로 다른 지향점

이러한 지적을 염두 해둔 까닭일까. 신세계는 지난 1월 20일 백화점 사업과 이마트 사업을 인적분할 하는 방식의 기업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 11조 250억원(매출 점유율 이마트 77.6%, 백화점 24.6%)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유통공룡 신세계가 몸을 둘로 나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운 셈이다.

물론 회사의 자산은 변경되지 않은 채 그룹인원만 분할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회사에서 특정 사업부문만 떼어 내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자산 규모에 맞게 지분까지 분리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이사회와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의 분할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기업분할을 통해 사업별 전문성 극대화, 업태별 책임경영 확립, 미래의 성장성 및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거대한 몸집을 줄이면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체계 구축, 책임경영체제 확립,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분할 이후 각 백화점과 이마트는 서로 다른 지향점을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은 신규점을 확대하면서 쇼핑에 문화와 여가를 더한 지역내 1번지 점포 전략을 추진한다. 복합쇼핑몰 등 양적성장과 함께 해외상품 라인업도 늘릴 예정이다. 이에 반해 이마트는 신가격정책을 통해 저가로 상품을 공급, 생활에 더욱 밀착한다. 창고형매장, 트레이더스 등 차별화 점포도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신세계 이번 분할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수·합병 유리한 몸만들기?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기업분할을 두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신세계 분할이 향후 회사를 매각 또는 인수·합병하기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몸만들기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앞서 정 부 회장은 ‘홈쇼핑, 편의점 진출 등 M&A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홈쇼핑이나 편의점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병행하지 않고는 올 초 신년사에서 밝힌 2020년 ‘초일류 기업 도약’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GS홈쇼핑을 염두한듯한 ‘1등 홈쇼핑’ 인수 의사를 밝혀 이미 새틀짜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정이 일었었다. 신세계가 이번 기업 분할로 유통분야 사업 확장의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매출실적에서 롯데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기업형슈퍼(SS), 편의점 등 전 유통계열사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영업 확장에 나서면서 전년도인 지난 2009년보다 실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 관계자들은 인적분할 이후 기업 가치가 이마트보다 백화점 쪽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가 백화점부문에서는 마트와 달리, 롯데에게 밀리고 있는 만큼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분할 전후로 회사의 총 기업 가치는 변동이 없지만 이번 분할로 백화점 부문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겠다”며 “백화점이 현재의 소비패턴에 부합하고 이마트 실적 부진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리스크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3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의 매각대금의 투자처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도 인수합병에 유리한 몸만들기라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는 올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온라인몰을 선택했다.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강화해 향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몰까지 아우르는 유통 최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물류 기지를 기존 69개 점포에서 140여개 매장 전체로 확대했으며 올 상반기 중 이마트몰을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전면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 위한 초석?

한편, 재계 일각에선 이번 기업분할을 신세계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최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이 정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등 1남1녀의 자녀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기업을 두 개로 나눈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세계 지분은 이명희 회장이 17.3%로 최대주주이고 정 부회장은 7.32%, 정 부사장은 2.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에 오르며 이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들어갔고 정 부사장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상태다.

업계의 관측은 이마트는 정 부회장이 맡고 백화점은 정 부사장이 맡는 것으로 이마트하에 신세계푸드와 신세계건설 등이 포함되고 백화점에는 조선호텔과 신세계 인터내셔널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신세계측은 “분할 회사는 전문 경영인 대표 체제로 가되 지금처럼 정용진 총괄 대표 부회장이 두 회사의 공동 대표를 맡아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는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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