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그룹 오너 일가, 수상한 땅거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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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그룹 오너 일가, 수상한 땅거래 내막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1.01.2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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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두둑합니다”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지난해 말 단군 이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권을 놓고 대형 건설사들 간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치열한 접전 끝에 최종 승자는 롯데관광개발이 거머쥐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용산재개발 사업으로 최대 수혜를 입은 자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태평양그룹 오너 일가.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태평양그룹 오너일가는 용산재개발 계획이 초기단계에 있던 2003년경 개발지역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고 나섰다고 한다.

당시 서 회장 일가가 헐값에 매입한 토지는 용산재개발의 최대 수혜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남동 일대로 알려졌는데, 재개발확정 이후 거래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그 차액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얘기의 핵심 골자다.

이에 <매일일보>의 자매지인 <파이낸셜투데이>가 업계에서 나돌고 있는 태평양 오너일가의 수상한 땅거래 이야기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태평양, 용산재개발사업 초기 서경배 회장 어머니에 수혜지역 부동산 매도
시세차익 노린 부동산 거래 의혹 ‘솔솔’…세법상 ‘매도’ 아닌 ‘증여’ 논란도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태평양 본사
태평양그룹은 지난 2003년 10월 회사 소유의 용산구 한남동 일대 929.6㎡(281평)에 달하는 2필지의 나대지를 서경배(48) 회장의 어머니 변금주(83) 씨에게 매각했다.

당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에 올라온 태평양의 ‘최대주주등과의 부동산매도’ 공시에는 매각 목적이 ‘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유휴부동산 매각’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를 토대로 <파이낸셜투데이>가 해당 매각 필지의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이 땅은 원래 서 회장의 셋째 누나인 서은숙(58)씨가 1979년부터 보유해오다가 1994년 태평양개발에 소유권을 넘겼고, 1998년에는 태평양(주)로, 2003년 10월에는 서 회장의 어머니 변금주 씨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의문스러운 부동산 소유권 이전 과정은 그 이유가 알려지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태평양이 회장의 어머니에게 땅을 매각한 가장 최근의 기록은 하필이면 그 시점이 서울시의 용산재개발 계획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 서경배 태평양그룹 회장
‘절묘한’ 거래 시점

태평양이 변금주 씨에게 매도한 토지가 속해 있는 한남동 지역은 서울시의 용산재개발 계획에 따른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2000년 7월 용산구 일대를 재개발하는 ‘용산부도심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했다.

진행과정에서 일부 사업에 대한 계획 수정이 있긴 했지만, 시는 용산재개발 사업을 통해 56만 6,800㎡부지에 600미터 높이의 국내 최대 규모 랜드마크타워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국제업무, 상업, 주거, 문화시설과 생태공원을 조성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서울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후 시는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로 인해 용산재개발구역과 이촌동, 한남동, 이태원동 등을 비롯한 재개발 인접 지역 일대의 토지 거래 가격은 급속도로 치솟으며 강남에 이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우기에 이르렀다.

특히 변금주 씨가 태평양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2003년은 용산재개발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용산미군기지를 이전하기 위한 상세계획을 구상하는 회의를 한·미 양측이 진행함에 따라 사업에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되던 시점이다.

아울러 매입 시점인 그해 10월은 ‘용산부도심 지구단위계획안’에 의해 KTX 용산역 민자역사가 준공된 때이자, 한남뉴타운 지역선정 발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용산재개발 사업의 중간 결과물들과 새로운 사업계획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던 이촌동·한남동·이태원동 일대의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올랐다.

때문에 하필이면 이 시점에 태평양이 오너일가와 부동산을 거래한 것을 두고,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용산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편승한 거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이 변금주 씨에게 토지를 매각했을 당시 17억 1,900만원이 태평양 측에 유입된 점으로 미루어볼 때 평당 610만원 정도에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2003년 당시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이 부근의 고급주택단지 토지가격은 평당 510만원이었는데, 7년이 지난 2010년에는 111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서울시의 개별공시지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태평양그룹 오너일가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토지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남동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격은 공시지가의 수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 2003년 10월 태평양이 서경배 회장 어머니인 변금주 씨에게 매각한 한남동 땅 위성사진
‘매매’가 아닌 ‘증여’?

일각의 주장에 따르면 변금주 씨가 매입한 한남동 토지의 현재 실거래가는 평당 7,00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근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은 조금 다르다. 용산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한남동 땅 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평당 7,000만원을 호가하는 지역은 대로변과 맞붙은 일대의 가격일 뿐, 변금주 씨가 매입한 장소와는 가격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금주 씨가 태평양으로부터 매입한 한남동 일대는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저택이 밀집된 ‘고급주택단지’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고급주택단지 일대는 주변 전망, 환경 등을 토대로 값이 매겨지기 때문에, 재개발에 의해 천정부지로 급등하는 인근 지역처럼 무조건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거래가가 현재 7,000만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는 달리 이 지역의 현재 토지 가격은 1평당 평균 3~4,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투데이>의 취재 과정에서 태평양그룹 오너일가가 구입한 토지 근처의 171평대 매물이 70억에 나온 것을 확인했는데, 이를 평당 가격으로 계산할 경우 1평당 약 4100만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변금주 씨와 태평양간의 토지 거래 대금이다. 앞서 지적했듯 변금주씨는 평당 610만원 정도에 이 지역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급주택단지의 실거래가는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대로라면, 태평양이 변 씨에게 토지를 매각했던 2003년 당시의 실거래가격은 지금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태평양이 평당 610만원 선에서 토지를 매각한 것은 당시의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재개발로 인한 상승효과를 굳이 연관 짓지 않더라도 변금주 씨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세법에 의하면 토지 등을 시가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할 경우에는 ‘매매’가 아닌 ‘증여’로 보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2004년 이후에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의해 거래인들의 사적인 관계에 상관없이 실거래가격의 30% 이상 높거나 낮게 거래할 경우 이 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태평양이 변금주씨에게 토지를 매각한 2003년의 경우에는 ‘유형별 포괄주의’에 의해 ‘특수관계인’ 사이에서만 법이 적용 된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인’ 범위에는 소유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서경배 회장이 오너로 있는 태평양과 서 회장의 어머니인 변금주씨는 ‘특수관계인’에 해당된다.

따라서 태평양이 변금주씨에게 시가보다 30%이상 낮은 가격에 이 땅을 매도했다면 ‘매매’가 아니라 ‘증여’에 해당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기업의 오너의 경우에는 기업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이 거래는 ‘매매’가 아닌 특수관계인들 간에 이루어진 ‘증여’에 해당되는 것이 맞다”며 “증여에 대한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만약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 미납된 세금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태평양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남동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과정이 담긴 문서들
증여에서 증여로…왜?

태평양이 변금주씨와 거래했을 당시 2필지의 나대지였던 이 곳은 2008년 1필지로 합병됐고, 변 씨가 자녀들에게 증여한 시점에 1층 단독주택 건물이 들어섰다.

변금주 씨는 이 부동산을 지난 2009년 6월 첫째 딸 서송숙씨와 둘째딸 혜숙씨를 비롯해 총 13명의 자녀, 사위, 손자, 손녀들에게 증여했다. 이 중에는 올해 13살에 불과한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할머니가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면 30% 할증과세가 붙는다. 그러나 한 번의 증여세와 취득등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최소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한남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처럼 태평양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고급주택단지 부동산은 인근지역처럼 용산재개발 사업에 따른 땅값의 가파른 상승효과를 보지 않더라도, 인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동반 상승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는 2016년으로 완공이 예정된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태평양 오너일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도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지금보다도 더 큰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이득은 고스란히 태평양그룹 오너일가들의 몫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파이낸셜투데이>는 이와 관련된 태평양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오래 전의 일이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 같아 언제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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