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강국, 안에 틀어박혀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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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강국, 안에 틀어박혀서 못한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1.01.23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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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 DNA.'

어느 역사학자의 강연 제목이 아니다. 지난 3일 금융권 수장의 자리에 오른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강연내용이다.

그는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연을 한다고 했다. 대상은 기자들과 과장·국장 등 간부급이다. 보통 기자단 신년회에서 의례적인 인사말을 해오던 것과 다르다. 경제통인 김 위원장은 왜 역사 강연을 펼쳤을까?

"한국 현대 경제사를 이해하려면 한민족의 DNA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강성한 DNA를 갖고 있는 민족이 우리나라다. 우리에겐 기마 유목민족의 DNA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직접 파워 포인트까지 챙겨가면서 강연을 준비했다. 참고자료 한 줄을 정리하는 것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고 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있을 때 자료를 모으고, 직접 해외로 현장 탐방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역사학자 못지않은 솜씨로 1시간 40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강의는 △오늘의 한국경제 무엇을 이뤘나 △유목기마민족의 역사와 DNA △우리 역사의 뿌리·줄기인 고조선을 찾아서 △홍산문화의 대발견과 중국의 역사공정 △잃어버린 고대사의 기록을 찾아서 순으로 진행됐다.

우선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60년에서 2008년 사이에 31.2배로 증가하는 등 같은 기간 세계 GDP가 6배 증가한 것보다 기적이라고 운을 뗐다.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는 근거로 세계 수출 순위와 주요 수출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 해외 건설 실적 등의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주된 근거는 인력과 기술, 자본, 전략, 한국인의 DNA를 꼽았다.

특히 그는 한국인의 DNA는 '유목 기마민족의 DNA'라고 강변했다. 그는 "한국 국민은 경쟁적이고 시장 진화적이다. 한국 국민은 시장을 인정하고, 시장에서 지면 깨끗이 물러난다"며 "자립심과 성취동기가 강하고, 대외 지향적"이라고 치하했다.

그는 몽골고원에서 시작된 기마 유목민족의 역사를 술술 풀어낸 뒤 "기마 유목민족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았다. 용감하고, 유능해야 살아남는다"며 "용감하기만 하면 못살고, 유능하기만 해도 못산다. 한국 국민은 용감하고 영리하다"고 강조했다.

기마 유목민족의 역사는 고조선과 연결했다. 그는 "단군조선은 신화로 배운다. 지금도 후손은 속고 있다"며 "이 부분이 분통 터져서 원고를 시작했다"고 격앙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발견된 홍산문화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홍산문화는 BC 3500년 전에 국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같은 계통 문화인데 중국과 완벽하게 구분해서 볼 수 있는 문화"라며 "빗살무늬 토기, 돌무덤, 고인돌, 비파형 동검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내세웠다.

'한단고기'와 '규원사화',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등의 역사서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우리는 곰 아들이라고 한다. 저런 기록이 있는데도 곰 아들이라고 한다"며 "분통 터진다"고 또다시 격앙했다.

결국 김 위원장의 역사 강연은 기마 유목민족의 DNA인 '개방'으로 압축됐다.

그는 "중국은 이민족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세계 강국으로 성장했고, 전면에 등장했다. 문을 닫고 산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조선 이후 거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쇄국이라는 말을 쓰고, 역사에서 사라질 뻔 했다"며 "문을 열어놓으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경제 역시 지난 50년의 역사처럼 성장세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로 나가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2030년에 가면 대한민국은 10대 국가에서 7번째 국가로 등장할 것"이라며 "지난해 호주를 돌파한 데 이어 스페인과 캐나다, 영국 등을 차례로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가만히 있으면 10위 안에 들어갈 줄 아느냐. 답은 지난 50년처럼 해야 한다. 우리 미래는 해외에 있다. 대화와 교류, 대화와 협력에 있다"며 "금융강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에 박혀서 아무것도 못한다. 금융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부실 저축은행 문제 해결과 우리금융 민영화,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등의 현안이 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은 현안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한 채 셔츠의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역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과연 그의 강연은 '역사 강연'에 그친 것일까? 금융권은 '기마 유목민족의 DNA'가 금융 현안 해결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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