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밀실통합 이번엔 신임투표 ‘安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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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밀실통합 이번엔 신임투표 ‘安의 좌충우돌’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7.12.2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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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초 신당 창당 직전 김한길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전격발표...측근들 등돌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4년 전 신당 창당 직전 독단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결정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전당원투표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결론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과거 신당 창당 직전과 모양새는 다르지만 ‘밀어붙이기식 합당’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 내홍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직 재신임을 걸고 전당원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진 안 대표의 좌충우돌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일단 이날 안 대표의 발표로 인해 국민의당의 기반이었던 호남과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한마디로 당원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을 볼모로 더이상 분열의 게임을 하지 말라. 호남 중진들의 거취를 운운하는 것도 결국은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을 나가라는 말"이라고 했다.

또 "내 생각과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안철수 사당과 독재적 발생이고,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려는 통합 반대 노력을 구태로 몰아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 가증스러운 발상"이라고 했다.

정동영 의원도 일부 호남 중진들과 긴급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신헌법 때 유신독재를 정당화하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찬반투표를 했다. 90몇퍼센트가 찬성했다고 해서 유신헌법을 정당화했는데 이것은 독재자들 수법"이라며 "당내 골목 독재자"라고 했다. 천정배 의원 역시 "안 대표의 공작적이고 비민주적인 리더십이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은 "국민의당을 만들고 다당제 정치발전을 이룩해준 광주와 호남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이미 광주·전남 지방의원들은 통합선언 시 탈당을 예고한 상태에서 안 대표가 뚝을 허물었다"고 했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위해서다. 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우려해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 이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새정치연합(가칭) 신당 창당을 추진하던 안 대표는 돌연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전격 통합했다. 

당시 안 대표의 측근으로 거론됐던 금태섭 의원이 "엄밀하게 말하면 안철수 개인이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입당 선언이었다"고 평가할 만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결정은 안 대표 개인의 밀실결정이었다. 당시 신당 창당작업에 참여했던 김성식 의원은 "(안 대표가) 별다른 의논 없이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 끝에 민주당과의 합당에 덜컥 합의, 발표해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안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실망한 측근과 지지층은 안 대표에게 등을 돌렸고, 안 대표 역시 공동대표 취임 4개월 만에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지난 4년간 안 대표가 보인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새 정치를 주장하며 정치를 시작한 안 대표가 과거 동지들을 버리면서까지 가려는 길은 이미 많은 정치인이 걸었던 구태 정치의 길"이라며 "안 대표가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로 올라서기 위해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가치와 비전이 아니라 선거만 좇아 이합집산하는 행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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