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책반장 김석동 “불 끄러 왔소”
상태바
돌아온 대책반장 김석동 “불 끄러 왔소”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1.01.21 09: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물포커스] 금융에 대한 ‘사적통치’ 시대, ‘관치의 화신’ 등장이 주목받는 이유

[매일일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관직을 떠났던 ‘금융가의 대책반장’ 김석동이 돌아왔다. 지난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서 재정경제부 제1차관으로 영전한지 4년,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관직에서 벗어난 지 3년 만이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금융위 감독정책1국장이던 김석동은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강단 있게 정책을 추진했고, ‘관치의 화신’, ‘군기반장’, ‘대책반장’ 등의 별칭과 함께 SD라는 그의 이니셜을 금융권 관계자들의 뇌리에 깊이 새긴 바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시기로 보나 임무로 보나 지금의 금융위원장 자리는 ‘사돈집 안방’처럼 어렵고 힘든 자리”라고 말했다. 현재 국가경제의 최대 불안요소인 ‘저축은행 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손에 묻혀야 할 선혈들을 예감케하는 발언이다.

특히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을 전부 자신의 최측근들로 채워나가던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마지막 ‘재정경제부 제1차관’ 출신인 ‘대책반장’ 김석동을 금융위원장으로 긴급투입했다는 점은 현재 우리 금융계가 처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시사한다.

관치금융을 넘어 대통령 주변인물에 의한 ‘사적 통치’가 문제인 시대에 ‘관치의 화신’으로 불리우던 전 정권 인사가 투입된 셈인데, 과연 김석동 위원장이 이런 녹록치 않은 환경을 극복하고 산적한 현안위기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B측근이 점령한 금융계 vs 참여정부 출신 금융위원장…승패는?

현 상황 대책 “내용 98%는 여러분이 이미 짐작하는 것” 정면승부 의지
김석동 “때에 따라 과감한 결단도 필요…책임은 위원장인 내가 지겠다”

▲ 김석동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질서’와 ‘기강’ 두 단어로 요약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에서 느껴지는 결기는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일갈하던 7년 전 그때와 같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위원회의 존재감만으로 시장의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융산업의 자율을 존중하겠지만 시장 자율은 질서와 규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과제가 압축파일처럼 쌓여 있다”며 구체적으로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의 신속한 정리,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충 등을 해결과제로 지목했다.

그가 지목한 현안 중 앞의 두 가지인 가계대출과 부동산PF대출 문제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대세론’을 풍미했던 ‘이명박 시대’의 개막이 부동산 가치를 더욱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금융권은 부동산PF 대출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열을 올렸고, 일반 국민들도 빚을 내서 집을 사는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닥친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글로벌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는 과거 당연히 오르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부동산 가치 그래프를 하향곡선으로 고정시켰고 이는 다시 가계 및 부동산PF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을 낳았다.

특히 저축은행으로 대표되는 제2금융권의 경우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자본잠식 정도가 심각해서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제2의 카드대란을 넘어 제2의 IMF 구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금융상황에 대한 복안이나 대책에 대해 김석동 위원장은 “내용의 98%는 여러분이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묘수를 꺼내들기 보다는 교과서적인 대응으로 정면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상황을 신속히 장악하고 핵심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때에 따라서는 자기 책임에 따라 과감한 결단도 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고, 결단에 따른 책임은 위원장인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 3일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엄숙한 표정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현안해결' 역할에 대한 결의가 느껴진다. <사진=뉴시스>
바짝 긴장한 4대 금융지주

‘SD효과’가 나타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쳐왔던 4대 금융지주들이 김석동 위원장의 취임 즉시 저축은행 인수 추진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180도 변경하고 나선 것이다.

제일 먼저 준공기업이나 다름없는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김 위원장 취임 바로 다음날인 4일 신년인사회를 통해 “틈새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저축은행 1~2곳을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팔성 회장은 특히 “저축은행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제 1금융권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수배경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다시 5일 대통령의 대학동기동창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저축은행 부동산PF 부실 처리에 금융지주사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전체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동조입장을 밝혔다.

뒤를 이어 기존 수뇌부에 대한 퇴출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는 신한금융지주의 류시열 회장도 “아직 깊이 있게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부터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다”며 “조건이 맞는 저축은행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친구인 어윤대 회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KB금융지주도 6일 뒤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캐피탈사를 통한 서민금융업 진출을 검토해왔다”며, “소매금융 전문 금융회사로서 서민금융 활성화와 확대에 관심을 갖고있다”고 발표해 대열에 합류했다.

▲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과 서민금융 지원현장을 방문한 김 위원장. 웃고 있는 김 회장과 달리 김 위원장의 머리속에는 현안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해 보인다. <사진=뉴시스>
준비된 듯 거침없는 행보

시장에서는 저축은행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입장을 뒤바꾼 데에는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물밑 작업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SD란 이름이 역시 대단하긴 대단하다”, “아무리 SD라고 하지만 이렇게 빨리 시장에 전달되고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은 몰랐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김석동 효과’에 대해 경탄을 보냈다.

실제 공식 취임 이후 김석동 위원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미리 모든 동선을 생각이라도 해둔 것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구조조정의 첫 포문은 삼화저축은행이었다. 14일 금융위는 서울 삼화상호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조치를 내렸다. 금융위는 삼화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린 이유로 BIS자기자본비율이 -1.42%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업정지 조치와 관련해 금융위는 한달 안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절차를 병행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1개월 내 매각 절차를 완료하고 2월 중순쯤 충분한 자본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놓고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영업재개는 3월 하순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삼화저축은행을 신호탄으로 SD구조조정의 막이 오른 것으로 보고 긴장중이다.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경영활동에 제제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업계에 각인시켜주기 위해 삼화저축은행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것이 시장 전반의 견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자체적인 정화활동을 통한 구조조정 기회를 줬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삼화와 비슷한 상황의 저축은행은 없다”고 단정했다.

녹록치 않은 환경

물론 이런 그에게도 현재의 시장 환경은 녹록치가 않다. 당장 금융지주회사들과 저축은행 인수에 관해서는 합의를 도출해냈지만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의무적으로 예금보험공사에게 일정요율의 보험료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경영부실 등으로 예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평소의 보험료로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해주는 것이 예보기금이다.

저축은행 부실로 누적된 예보기금 내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규모가 2조9000억에 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자 저축은행 이외의 은행권,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 등의 예보기금을 끌어모아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공동계정의 골자다.

이번 공동계정 신설을 두고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은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예보기금의 본래 취지인 예금자보호를 위해 사용되어야지 구조조정에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 환경뿐만이 아니라 내부 조직을 다스릴수 있는 리더쉽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몇 차례 금융위 대신 ‘금감위’(금융감독위원회)라고 했다. 그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시절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했지만 지금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돼 있는데도 입에 붙은 단어를 쉽게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상급기관으로, 지도·감독권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직접 개입을 할 수는 없다. 예전 생각을 하고 금감원을 장악하려 했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10년 전과 같은 SD방식…통할까?

금감원 노동조합은 김 위원장 인사 관련 성명에서 “현 정부의 임기 말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정책이 악용돼서는 안된다”며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고 시장을 무시하면서 금융 선진화와 따뜻한 금융을 외치지 말라”고 말했다.

그가 상대해야 할 금융권 시장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각 회사의 수장으로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금융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최측근 출신 금융사 수장이 정면충돌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너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처리해 매우 갑갑하다”며, “수장이 바뀌면서 시장 자율을 존중해주던 태도가 다시 예전의 관치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10일 첫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책환경이 급변해 정책협의나 입법과정, 이해집단과의 이해조정 등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1급 공무원들이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 라인에 서야 한다”고 말해 정부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외부의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은 2000년대 초나 지금이나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2011년 현재도 예전의 ‘SD방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된 반쪽의 감독조직으로 그를 둘러싼 많은 과제들과 쉽지 않은 주변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인지 시장은 궁금해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비효과 2011-01-24 17:09:08
래도 나름 글로벌 금융그룹인 하나금융쪽에서 요즘 어려운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니까 믿을만 한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