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득주도 성장과 ‘예측불가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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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득주도 성장과 ‘예측불가 포비아’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7.12.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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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올해 11월 달력을 넘긴 사람들 중에는 흠칫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말고도 앞서 20일이 빨간 날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는 조그마한 글씨로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라고 적혀 있다. 인쇄업체들은 주로 전년 9~10월경에 이듬해 달력을 제작하는데 그 누구도 올해 대선이 앞당겨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추운 날씨 촛불을 든 국민들의 염원이 없었더라면 예정대로 대통령을 뽑는 날이었을 내일(오늘)은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서거 21주기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책 ‘코스모스’에서 우리의 존재는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하지만 “코스모스 탐험의 열정을 키워왔으며 아무런 보장없이 고통스러운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미지를 향한 호기심과 탐구 열정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예측불가능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즐기는 인간도 별 수 없나 보다. 우리는 당장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가져올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유통업계는 인건비 증가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가도 오르니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을 축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J노믹스는 기존의 ‘생산·대기업 중심’에서 ‘사람·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꿈꾼다. 이전 정권들과 다른 경제 기조라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J노믹스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우리의 불안을 상쇄할만큼 반드시 추진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우선 지난 몇 십년의 수출주도 성장으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내수경제 부진’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12월호 ‘내수 활성화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평균 GDP 대비 내수 비중은 61.9%였다. 41개국 중 27위로 중하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 내수 비중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파이가 작다고 수출에만 의지하기 보단 지금이라도 내수 규모를 키워야 한다.

또 앞으로는 제4차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으로 ‘일할 기회’조차 사라질지 모른다. 옥스퍼드 대학은 2013년 실시한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발전으로 미국 일자리의 47%가 향후 20년 내에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역시 지난해 시간 당 20달러 미만을 버는 근로자들이 향후 20년 동안 로봇에 일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83%라고 예상했다. 일부 IT경영자들 사이에선 ‘보편적 기본 소득’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이들은 이전과 달리 자동화에 따라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는 ‘창조적 파괴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원래 없다. 197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회사인 디지털 이큅먼트의 회장으로 컴퓨터 산업의 개척자로 불렸던 켄 올슨은 PC를 예견하지 못했고,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를 음악 감상용으로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견하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그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측불가능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그 미래에선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또 다른 코스모스를 구경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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