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발부터 삐걱대는 신세계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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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발부터 삐걱대는 신세계의 실험
  • 최은화 기자
  • 승인 2017.12.18 1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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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기자 최은화

[매일일보 최은화 기자] 지난 8일, 신세계그룹이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장시간 근로 과로사회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근로문화를 혁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국가적 과제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인 반면 한국은 2200시간이 넘는다. 평균보다 70일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 그룹의 파격적인 근무제 도입 소식을 두고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던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여당은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가 내놓은 과감한 조치를 칭찬했다.

그러나 마트노조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마트노조는 주 35시간 근무제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연간 500억원 가까운 임금을 아끼려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노조의 주장은 이렇다. 마트 계산원 등 중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많은 월급을 받는다. 이마트의 경우 평균 월급이 145만원으로 시급으로 계산하면 올해 최저임금인 6470원보다 500원 많은 6940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존처럼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면 마트 노동자들은 2020년에는 월 209시간을 일하고 209만원의 월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하루 7시간, 주당 35시간으로 줄면 마트 노동자들의 월급은 183만원 이상을 받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벌이가 줄어들고 최저임금 인상 혜택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마트 본사는 마트노조의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매년 노사 합의를 거쳐 임금을 결정하는데 2020년 최저시급이 1만원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을 줄여도 연장근무와 수당 지급이 예전처럼 이뤄지기 때문에 큰 틀에서 월급이 주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신세계가 대기업 최초로 총대를 메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데 나섰다는 점은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은 줄이면서도 고용은 늘리지 않기로 한 점은 아쉽다. 심각한 청년실업 사태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고용으로 이어져야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의미가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이번 실험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삐걱대는 모습을 보니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데 정말 ‘신세계’를 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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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너와나 2017-12-19 21:29:54
주35시간 취지는 좋으나,노조랑 합의하에 나온 결과물이였으면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이마트 노조측에서 얘기한 것이 맞다면 주35시간은 그저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겠다.둘다 상생할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