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희정당 '금강산도' 벽화 98년 만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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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희정당 '금강산도' 벽화 98년 만에 공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1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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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作 금강산만물초승경도 <국립고궁박물관>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1920년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이 그린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두 점이 98년만에 창덕궁 희정당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2월 13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을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희정당(熙政堂) 벽화는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해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세로 196cm, 가로 883cm에 이르는 대작이자 마지막 궁중 장식화다. 조선 시대 진경산수 화가들이 즐겨 그린 금강산을 큰 화폭에 그려 희정당 벽면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1920년 제작되어 오랜 세월 노출로 훼손이 진행돼 보존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이 두 점의 벽화를 2015년 8월 분리해 2016년 12월까지 보존처리를 했다.

처리를 마친 후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하고 희정당에는 모사도를 제작해 붙였다. 희정당 내부는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2005년 한 차례 공개되었을 때도 전각의 규모가 워낙 커 멀리서만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렇게 벽화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제작된 지 98년 만에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전시 ‘창덕궁 희정당’에서는 벽화가 설치된 공간인 ‘창덕궁 희정당’을 보여준다. 창덕궁 희정당은 대조전(大造殿), 경훈각(景薰閣)과 함께 내전(內殿)을 구성하는 건물로, 본래 국왕이 신하들을 만나 국정을 보던 편전(便殿) 역할을 했다.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 <국립고궁박물관>

그러나 경운궁(慶運宮)에 머무르던 순종 황제가 1907년에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접견실로 사용됐다. 1917년에 일어난 화재로 내전 전각이 모두 소실되면서 현재 건물은 1920년에 재건한 것이다. 경복궁 강녕전(康寧殿)의 자재를 사용해 겉모습은 조선식이지만 설비, 가구와 실내장식은 서양식인 건물로 재건했으며, 이때 대청의 동·서벽 상단 전체에 전에 없던 대규모의 벽화를 붙여 장식했다.

 2부 전시는 ‘창덕궁 희정당 벽화’가 주제이다. 형식, 주제, 화풍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궁중 장식화나 진경산수화의 전통과 구별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두 점의 벽화가 소개된다. 희정당 벽화는 이전에 궁중 장식화로는 그리지 않았던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으며, 창호나 병풍에 주로 그려졌던 기존 궁중 장식화와는 달리 비단 7폭을 이은 압도적 규모이다.

김규진 作 총석정절경도 <국립고궁박물관>

화가 김규진이 그림 제목(화제, 畫題)과 낙관(落款)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점, 전통적 청록산수화풍과 근대적 사생화풍을 함께 사용해 묘사한 점에서도 변화상을 볼 수 있다. 한편, 두 점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김규진이 금강산을 답사하며 제작한 초본인 <해금강총석도(海金岡叢石圖)>도 전시된다. 이 작품은 1974년 이후 실물로는 처음 공개된다.

3부 전시 ‘해강 김규진’에서는 작가 김규진이 금강산과 관련해 벌였던 활발한 서화 활동을 보여준다. 김규진은 주로 묵죽도와 서예작품으로 유명하나 기념비적 대표작인 희정당 벽화는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다.

그는 금강산 표훈사, 신계사 등의 의뢰로 큰 글씨를 써서 이를 암벽에 새기기 위해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하였다. 금강산에서 전람회나 휘호회를 열었고, 금강산 그림과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하였으며, 이를 모아 금강유람가(金剛遊覽歌)라는 단행본도 발행했다. 이러한 활동은 희정당 벽화가 제작된 1920년 전후에 집중되었는데, 당시 금강산이 대중 관광지로 개발되어 관광 열풍이 불었던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때 발행한 단행본인 '금강유람가'도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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