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지에 속쓰렸던 LG, 死地로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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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지에 속쓰렸던 LG, 死地로 뛰어들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1.01.1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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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3위 탈출 위해 4G 선점 추진…받쳐줄 단말기 라인업은?

[매일일보=박동준 기자]  통신업계 만년 꼴찌인 LG U+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 4G시장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고 2G시장도 CDMA용 아이폰 도입을 검토하는 등 광폭행보를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아 있다. 

최근 폐막된 ‘CES2011’에서 구본준 부회장이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이야기를 빗대어 LG전자의 현재 문제점에 대해 질타하면서 “독해져야 한다”고 선언한 발언이 화제를 낳고 있다. 구 부회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LG전자뿐만이 아니라 LG전자와 밀접한 사업관계를 맺고 있는 LG U+가 현재 처해있는 문제점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LG전자가 물러졌다”며 ‘독한 DNA’론을 설파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서울로 돌아와서도 발언기회가 있을 때마다 “LG전자를 독하게 만들겠다”, “R&D, 생산, 품질향상을 당면과제로 삼겠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구 부회장의 ‘독한 DNA’론이 나온 배경에는 전임자였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 마케팅에만 치중한 나머지 제조업체의 나머지 부문의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고용 사장’이 단기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가 회사의 장기적 성장동력을 모두 깎아먹어서 결국 회사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는 류의 이야기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된 대부분의 자본주의국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남용의 흔적들

사실 LG전자가 처해 있는 이런 상황은 남용 전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을 맡기 직전에 거쳤던 LG그룹의 통신부문 계열사에서 더 심각한 양태로 나타난 바 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LG텔레콤 사장으로 재직했던 남 전 부회장은 2006년부터 LG전자 부회장으로 발령된 2007년 1월 이전까지 LG데이콤 이사회 의장과 LG파워콤 비상근 이사도 겸임했다.

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 등 LG의 통신 3사는 2009년 12월 법인 합병을 완료, 2010년 1월 ‘통합LG텔레콤’으로 거듭났으며, 그해 6월 ‘LG U+’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브랜드이미지 개선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 이상철 LG U+ 부회장
2010년 1월 통합법인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상철 부회장은 “LG가 통신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고, 사명변경 직후인 그해 7월에는 ‘탈통신 세계 일등 기업’이라는 비전도 선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후 받아든 LG U+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이번달 말에 4분기 실적공시를 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2010년도 LG U+의 매출액으로 8조861억 영업이익으로는 3157억을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같은 경우는 전년대비 51.7% 급감한 예상치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은 돈을 벌었는데…

이상철 부회장은 LG U+가 2010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네트워크, 브랜드, 가입자 열세가 악순환으로 지속돼 생긴 문제를 지목했다.

이 부회장이 지적한 ‘네트워크’ 문제는 3G 중심으로 재편된 통신시장의 흐름에서 LG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었다.

남용 전 부회장(당시 사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06년, LG텔레콤은 2000년부터 구상해온 3G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LG텔레콤 남용 사장은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그 책임에 따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자진사퇴이기는 했지만 분명한 ‘경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 사장은 LG전자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남 부회장의 영전배경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었다. 남 전 부회장이 구 명예회장의 비서출신으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본다면 당시 LG그룹 측이 ‘3G시장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2G 시장만으로 통신부문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실제 남 부회장 체제에서의 LG텔레콤이 상당한 수익구조를 창출한 것 또한 사실이다.

더불어 당시 LG는 통신부문 경쟁사들과 정부당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3G 사업추진 문제를 놓고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남 사장이 총대를 메고 ‘포기 선언’을 함에 따라 한시름을 덜었다는 내부 반응이 감지되기도 했다.

당시 남 사장은 3G 사업 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LG텔레콤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주무기관이었던 정보통신부의 징계로 통신관련 업체의 임원직을 맡을 수 없게 됐는데, 그룹 측에서는 이러한 남 사장에게 LG전자 부회장이라는 최고의 자리로 ‘포상’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남 사장의 결단(?)은 이후 LG그룹의 통신사업 전체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데이터 사용량의 폭증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 열풍이 휩쓸고 간 국내 통신시장에서 3G사업 자체를 포기한 LG의 이름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 배경에는 ‘어쨌든 돈을 버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안이한 경영판단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3G서 물먹고 4G에 사활

LG U+의 초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상철 부회장은 지금의 열세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네트워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선언하면서 4G 방식의 LTE 네트워크 구축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 LG U+는 '4G'시장을 선점해 국내 통신업계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LG U+는 올해 7월부터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가 연말에는 서울 및 대도시에 망을 구축하고 2013년까지 전국망을 형성 상용화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TE 방식의 4G가 구축이 되면 기존의 3G 네트워크보다 10배 빠르며 최대 100Mbps 다운로드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LTE 방식의 4G가 상용화 될 경우 2G에서 3G로 넘어가던 시기를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3G 시장에서의 고전을 단숨에 만회하고 ‘만년 3위’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LG U+는 4G 시장을 경쟁사보다 선점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구축만으로는 LG U+의 약진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네트워크에 알맞은 단말기가 나와줘야 4G 시장이 활성화되기에 계열사인 LG전자와의 시너지 효과가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이 경쟁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에서 투자금 대비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닐 것임이 분명한 만큼 자칫하다가는 4G망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놓고도 기대했던 성과를 조기에 얻지 못함으로써 4G가 死地로 전락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LG U+ 관계자는 “2013년 4G 방식의 전국망이 구축이 되기 이전까지는 듀얼밴드 단말기를 통해 3G망과 4G망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 시장에서 13일부터 애플이 버라이즌을 통해 CDMA 방식의 아이폰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언론에서는 이번 아이폰을 두고 애플의 1국가 1파트너 원칙의 붕괴가 국내에도 적용될 수 있고 현재 2G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통신사는 LG뿐이라 LG U+가 아이폰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CES2011에서 애플과 접촉을 시도했냐는 물음에는 LG U+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답한뒤 2G 방식의 아이폰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LG U+ 전용의 2G 아이폰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애플이 LG U+ 전용 단말기를 생산한다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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