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한국 원전의 우수성이 세계 시장에서 잇달아 입증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힘을 잃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인수가 확정되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두 번째 원전 수출에 성공하게 된다.
영국은 뉴젠(日 도시바가 지분 100% 보유)을 통해 잉글랜드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약 3GW 규모의 신규원전을 오는 2030년 쯤 완료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한국원전산업의 우수성과 뛰어난 사업수행능력을 영국에 적극 설명했다. 이로써 중국 정부의 지원과 자본을 앞세워 뒤늦게 뛰어든 중국 광동핵전공사(CGN)를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한국 원전은 APR1400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심사 3단계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10월 EU-APR 표준 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심사를 통과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EUR 인증은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원전에 대해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요건을 심사하는 것이다. 협회는 유럽 12개국 14개 원전사업자로 구성돼 있으며, 신규원전 설계를 표준화하고 발주 관련 기술적 배경을 정의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이 요건을 유럽권 건설사업의 표준 입찰요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원전의 수출 길에 탈원전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도 “원전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말고도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이 있다”며 “원전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사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 영국 무어사이드 이외에도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한전의 이번 우선 협상자 선정을 통해 여타 원전 수출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2009년 이후 가까스로 열린 원전 수출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