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2차 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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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2차 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12.07 16: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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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규직 대부분 영업점서 근무…본점 근무율 20% 미만
같은 일을 함에도 임금차별…‘출신 성분’ 따라 차별 발생
금융산업 2차 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한정애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서 토론회를 주최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금융산업 2차 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한정애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금융노조가 2차 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2차 정규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현실에서 겪는 차별 등의 문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등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연구진은 지난 8월 21일을 기준으로 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NH농협은행·수협은행 등 9개 국책·시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2차 정규직 3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2차 정규직 중에서 각 은행별 2차 정규직 수에 비례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91.6%가 여성이었다. 특히 2차 정규직들은 대부분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본점에서 일하는 비율은 산업은행(59%)과 SC제일은행(32.7%)을 제외하면 모두 20% 미만이었다. 신한은행은 단 0.6%에 그쳤다. 근무부서(창구)도 마찬가지였다. 2차 정규직들은 VIP 창구와 외환·기업금융 등 비교적 전문성이 크다고 간주되는 부서에서 일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고 대부분 입출금창구·빠른창구 등의 단순 텔러 업무에 배치돼 있었다.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 ‘같은 일을 함에도 임금차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0.4%에 달했다. 은행 특성상 정규직과 2차 정규직의 업무가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출신 성분’에 따라 임금차별이 발생하는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쌓여가는 차별에 대한 불만은 직장생활 만족도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임금수준(79.6%), 인사제도(77.3%), 노동강도(72.9%)에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생활 평가에서도 공정한 승진(75.4%), 적절한 인력충원(75.2%), 직무범위 준수(70.9%), 공정한 인사평가(68.3%) 등 대부분 차별에서 비롯되는 인사 문제에 불만이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현재 승진제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1%에 그쳤고 합당한 급여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17.5%, 현재 직무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26.9%에 불과했다. 이들은 상급자의 직급 간 인식(71.4%)과 동료의 직급 간 인식(69.6%)에서 차별과 불이익의 경험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차별에도 불구하고 입사 당시 은행의 직급이나 직급에 따른 임금 및 직무 차이를 인지한 응답자는 대체로 절반 수준(50.2%∼58.4%)에 머물렀다. 2차 정규직 문제가 외부로 공론화되지 않고 조직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 수준의 문제로 치부돼 온 탓에 취업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극대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은행 노동시장의 기존 참여자인 노사가 2차 정규직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종선 부소장은 2차 정규직 문제는 장기적으로 ‘차별 없는 완전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봤다. 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해 임금격차 및 차별을 해소하고 크게 별도직군, 하위직급 두 가지 방식으로 고착화된 2차 정규직들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정규직으로 전환할 통로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이러한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산별교섭 차원의 해결책 모색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태 교수는 “2차 정규직의 차별 문제를 두고 배부른 이들의 투정이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노동사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하향평준화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차별은 본질적으로 관계의 문제이며 우리는 정당한 관계에서만 차별을 객관적 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부당한 차별을 줄이고 불가피한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협력적 관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기수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에서 2차 정규직이 형성된 배경과 현황을 설명하고 노조 차원에서 진행 중인 정규직화 노력을 소개했다. 기업은행에는 약 3300명의 ‘준정규직’들이 정규직의 약 75%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업무범위는 개인금융 및 수신 위주로 제한돼 있고 관리자급 승진도 불가능하다. 

그는 “매년 준정규직의 약 3%인 100여명이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그 이상의 인원이 준정규직으로 신규채용된다”면서 “오히려 2차 정규직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기업은행지부는 2차 정규직의 단순한 처우 개선은 결국 신분 계급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차별 없는 완전한 정규직 일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문제는 ‘기존 정규직 및 과거 정규직 전환자’와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나누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정규직들을 대상으로는 일괄 전환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전환 대상자들을 대상으로는 급여 감소 및 경력 초기화의 문제에 관한 대안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융산업 내부 격차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진 노사관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이 책임져야 할 몫은 매우 크다”면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우리의 바람과 많이 동떨어진 사회가 됐다면 과거의 결정들을 하나하나 곱씹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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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2017-12-13 00:05:24
역차별의 시작!@@@

나기수 2017-12-13 00:02:31
준정규직의 승진제도는 만들어놓고 정규직전환 시 무산시키면서 뭘 잘하고 있다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