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회생 불씨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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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 회생 불씨 사라지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3.2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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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개시 '글쎄'... 상장폐지 '위기'

[136호 경제] 팬택계열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팬택계열이 공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은 판매부진과 영업외 비용 증가, 모델축소에 따른 개발비손비처리 등으로 각각 1670억원, 17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또한 팬택이 4320억원, 팬택앤큐리텔이 6113억원 등 무려 1조원을 넘어 자본전액잠식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선물거래소는 두 회사가 사업보고서 제출마감인 이 달 말까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들은 빠른 시일 내에 제1금융권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개시, 출자전환(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기업의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부채조정 방식)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팬택계열 자본 잠식 규모는 팬택이 1850억원, 팬택앤큐리텔이 4160억원으로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에 담겨있는 출자전환 예정 규모(팬택 1512억원, 팬택앤큐리텔 3046억원)를 훨씬 윗돌아, 이 달 중 워크아웃에 돌입해 감자와 출자전환을 실시한다고 해도 상장폐지를 막기는  어렵게 됐다.

팬택, 이연법인세에 상장 폐지 여부 달려있어

업계에서는 팬택의 경우 자본잠식 규모가 팬택앤큐리텔에 비해 크지 않은데다, 이연법인세 처리나 감자차익 등을 고려할 경우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회계법인의 결산감사에서 이연법인세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계산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그 차이를 처리하는 회계 상 항목을 말한다. 세무회계에서 과세소득을 산정하는 익금(益金)과 손금(損金)은 기업회계에서는 수익과 비용이라 하는데, 익금과 수익, 손금과 비용을 결정하는 방법이 달라 발생한다. 이는, 이연법인세차(借)와 이연법인세대(貸)의 두 가지로 표기된다.

이연법인세차는 기업회계로 계산한 법인세가 세무회계의 법인세보다 클 때 향후 세무당국에 납부할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자산으로 잡는 것을 의미하고, 이연법인세대는 그 반대로 더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채로 기재함을 뜻한다.

팬택은 2006년 결산 공시에서 43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 자산으로 잡았던 이연법인세를 비용처리하고 영업권 감액으로 반영한 금액만 1600억원 안팎에 달했다. 때문에 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

현 상황에서는 채권단이 예정하고 있는 출자전환 규모(1512억원) 만으로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회계법인이 이연법인세를 얼마나 자산으로 인정해 주느냐에 자본잠식 탈피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회계법인이 400억원 정도만 이연법인세 자산(수익)으로 반영해준다고 해도 자본잠식이 해소돼 상장 폐지까지는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회계법인이 이연법인세를 쉽게 자산으로 인정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더욱 어려운 것은 팬택앤큐리텔 쪽이다. 팬택앤큐리텔은 자본 잠식 규모가 워낙 커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에도 상장 폐지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팬택앤큐리텔 역시 회계법인이 2000억원에 달하는 이연법인세 및 영업권 감액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자본잠식 탈피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지만, 팬택과 비교했을 때 회계감사의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삼일회계법인, 팬택은 안진회계법인이 각각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현재 채권은행들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팬택앤큐리텔을 팬택에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팬택앤큐리텔의 상장이 폐지되면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지분을 향후 매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쳐서 구조조정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팬택앤큐리텔의 상장이 폐지된다고 해도, 경영정상화 과정을 착실히 이행해 2년 후 재상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돼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전해졌다.

기로에 선 팬택, 팬택앤큐리텔 합병론 제기돼

이와 관련해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내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 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워크아웃'이 조속히 개시되는 게 중요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올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합병, 상장폐지 등을 논의하는 것은 팬택의 회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지난 16일 산업은행은 팬택계열에 대한 채무조정 방안을 채권은행에 발송했다. 이에 따르면 팬택은 20대 1, 팬택앤큐리텔은 30대 1의 감자를 한 뒤 팬택에 대해선 1512억원, 팬택앤큐리텔은 3046억원 등 총 4558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단행하고, 채권은행의 출자전환 비율은 팬택 35.3%, 팬택앤큐리텔 62%, 제2금융권 등 비협약채권단의 출자비율은 팬택 30.3%, 팬택앤큐리텔 52%를 적용키로 해 비협약채권단을 우대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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