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CEO 선임 '관치금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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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CEO 선임 '관치금융' 논란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3.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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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출, 재경부·청와대 합동 007작전?

[135호 경제] 우리금융CEO 인사를 둘러싸고 '관치금융' 논란이 뜨겁다. 공모단계에서부터 '내정설'이 제기됐던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우리금융회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데 이어 지난 12일 공모를 시작한 우리은행장에도 박해춘 전 LG카드 사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는 것.

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최근 우리금융 회장, 행장 선임에 대한 공모제가 청와대와 재경부의 밀실야합과 나눠먹기 창구로 전락했다"며 "낙하산, 코드, 보은 인사 등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 노조는 박 전 차관의 회장 후보 단독 추대와 행장 선임 내정설 등에 대해 "은행 경험이 없는 관료 인사들을 임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더 이상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이변이 없는 한 박 전 차관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취임하게 돼 우리은행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 전 차관 단독추대 과정 007작전 방불케 해

우리은행 노조가 박 전 차관의 회장 후보 단독 추대와 관련, '관치금융'이라 비난하는 데에는 공모 과정에서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내정설'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금융계 안팎에서도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 같다'라는 말이 오갔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자체가 이미 김인기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정해왕 금융연구원장, 예금보험공사 이주형 부사장, 박봉수 전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재경부 및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관련있는 인물로 채워졌기 때문. 더욱이 지난 1월30일 공모자 명단이 공개되자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미 박 전 차관이 회장으로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공모에 참여한 인사는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 전광우 전 우리금융 부회장 외에 김종욱 우리투자증권 회장, 최명주 전 교보증권 사장, 이팔성 전 우리증권 사장 등 총 11명. 업계에서는 박 전 차관이 우리금융 회장에 응모한 것과 관련 차관 자리를 포기하고 지원한 만큼 이미 자리를 확인 받아 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 측에서는 "후보 공모가 막 마감된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내정했다는 얘기는 옳지 않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박 전 차관 '내정설'은 갈수록 힘을 얻은 것이 사실. 

황영기 회장 탈락, 박 전 차관 밀기주기 전략?

지난 2월12일 공모자 가운데 5명의 면접 대상자를 추려, 비밀리에 면담을 치른 이후에도 박 전 차관의 '내정설'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회추위는 박 전 차관을 비롯해, 황영기 회장, 우리금융 부회장 출신의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최명주 전 교보증권 사장, 최영휘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을 상대로 면접을 본 직후 3명의 후보를 재경부에 추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황 회장이 후보군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최종 후보로 추천된 사람은 박 전 차관,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최영휘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으로 확인됐다. 재임기간 동안 뛰어난 실적을 거둬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황 회장이 3배수 후보에도 들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재경부가 박 전 차관을 밀기 위해 황 회장에 대한 최고한의 예우조차 무시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박 전 차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공모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확인을 요청한 결과, 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취업제한대상에 해당한다고 통보했지만 일주일 뒤 말을 '예외적 사항'에 해당한다고 취업승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정설'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우리은행 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재경부 차관직은 우리금융과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있고, 박 전 차관은 최근까지 예금보험공사 최고의결기구인 예금보험위원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 자리가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며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은 '예외적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법적대응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검토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은행 노조를 비롯 금융노조, 참여연대 등이 박 전 차관의 우리금융 회장 내정에 대해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박 전 차관은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뭘 가지고 '관치'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최근에 그런 것을 안 겪어봤다. 우려할 정도의 관치금융은 남아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장 인선 구도 변화 생길까

박 전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장 인사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대주주(우리금융)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누구를 (행장으로) 정할지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공모를 마감한 우리은행장은 박해춘 전 LG카드 사장과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3배수로 압축돼 현재 청와대의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재경부와 청와대 고위층 인사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박해춘 전 LG카드 사장의 '내정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전 사장은 또 우리금융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를 맡아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는 경력이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의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와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또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차관이 행장 인사에 관여하겠다고 나서자 우리은행장 인선 구도는 다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박 전 차관이 노조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출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한편에서는 청와대 역시 금융기관장 자리가 재경부 출신 관료들에게 돌아간 상황에서 우리은행장까지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박 전 사장에게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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