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이마트 없으면 뭘 먹고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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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이마트 없으면 뭘 먹고살까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3.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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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어도 '아파트' 안 짓는 속내는

[135호 경제] 최근 새롭게 단장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77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건물인만큼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보존하되 현대적 모습으로 탈바꿈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쉽지 않은 공사를 끝내고 업계의 주목을 받은 회사는 다름아닌 신세계건설.

지난 91년 '디자인 신세계'라는 전문회사에서 출범, 97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건설업에 본격 진출한 신세계건설은 그동안 백화점, 할인점, 물류센터 등 국내 유통상업시설 건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국내 최대의 유통재벌인 신세계그룹의 자회사라는 이점으로 신세계가 백화점, 이마트 등의 점포를 오픈할 때마다 이를 수주해 실적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또한 해마다 상승, 지난해 39위에 오르는 등 중견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이 이처럼 그룹의 공사물량만을 바탕으로 하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종합건설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건축이 전체 사업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이 중 신세계그룹 공사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룹의 공사 물량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실적 또한 변할 수밖에 없는 한계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는 것. 신세계건설 역시 이러한 사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쉐덴'이라는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 브랜드를 만들어 외부공사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영업이익 350억억원을 기록, 지난 2005년 254억원에 비해 38%가까이 증가했다. 매출액은 5천815억원으로 전년 4천689억원에 비해 24% 늘었고, 경상이익과 당기순익 역시 각각 350억원, 246억원으로 전년대비 11.4%, 9.3%가 증가했다.

신세계건설의 이러한 성장세는 최근 2~3년 사이 신세계그룹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이마트 출점이 증가했고, 백화점 본점 재개관 등에 따라 그룹 공사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 측은 "이마트 및 백화점 확장 등에 따라 건설매출이 증가했다"며 "원가절감으로 매출 이익률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공사물량 따라 실적도 널뛰기

지난 97년 본격적으로 건설사업에 진출한 이후 신세계건설은 그룹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공사물량을 수주해 사세를 키워왔다.

신세계는 외환위기 이후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쳐, 해마다 10개 내의 이마트를 출점해왔다.  현재 국내 점포만 총 104개에 달하고 올해 안에 10여개를 추가 출점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이런 전략 아래, 지난 98년 이마트 전주점을 첫 시공한 이후 이마트 신규점포 건설을 주도해 99년 이마트 원주점 외 5점, 해운대점 외 7점, 2000년 목포점 외 11점, 2001년 응암점 외 6점, 2002년 강릉점 외 13점, 2003년 영천점, 파주점, 양주점, 2004년 죽전점, 2005년 춘천점, 용인점, 오산점, 지난해 익산, 아산점 등을 건설했다.

이뿐 아니라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물류센터, 그룹계열사의 하나인 조선호텔 베이커리 공장 등의 건설을 도맡으며 유통상업시설 건설의 일인자로 급부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매출액 4천219억원에서 2005년 4천689억원, 지난해 5천816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를 나타냈다. 국내 건설회사들의 연간성적표라 할 수 있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또한2004년 48위에서, 지난해 3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역시 신세계의 사업영역 확장추진에 힘입어 용인죽전백화점 공사, 여주 신세계첼시, 등의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와 528억원 규모의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신축공사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신세계건설의 2005년 매출액 4689억원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신세계건설은 모기업인 신세계로부터 안정적인 공사물량을 확보해 성장세를 지속했고, 여건이 좋지 않은 건설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유통상업시설 공사에 대한 막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지난해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공사 물량을 넉넉히 확보한 신세계건설은 오히려 성장세 속에서 주가 역시 상승세를 탔다.

업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해야"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신세계건설의 이런 행보에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향후 2~3년간은 그룹의 공사물량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영업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외부공사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물류센터 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만한 공사 실적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외부공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통시설 건설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5년부터 몇몇 대형쇼핑몰 등 상가시공을 해오고 있는데, 동대문운동장역 환승장에 위치한 '패션 TV', 압구정 메디컬몰 '제이비미소', 명동역에 있는 복합쇼핑몰 '하이 해리엇', 강남구 청담동에 건설 중인 주상복합 '피엔폴루스' 등이 신세계건설의 작품이다. 문제는 이런 물량이 전체 사업비중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그룹의 공사 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신세계건설의 실적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건설은 이마트를 비롯해 유통시설 건설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 맡은 프로젝트 또한 리스크가 적어 신뢰도도 높은 편"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그룹 공사물량에 따른 변동을 줄이고, 외부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신세계, "사업확장보다는 내실 다진다"

이에 대해 신세계건설 측에서는 그룹 공사 물량 외에도 외부사업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건설 경영지원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이마트나 백화점 등에 공사가 치중돼 있었지만, 지난 8월 장기비전 선포에 따라 유통복합시설, SOC(민간투자사업), 복합레저사업 등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건축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확장 보다는 내실을 다져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건설사들의 경우는 주택, 토목, 플랜트, 해외사업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하고 있지만, 중견건설사들이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며 "신세계건설은 앞으로도 주택사업 보다는 유통시설 건설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유통이 배제된 단순주거 개념의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

실제로 현재 신세계건설이 주택사업 분야에서 추진 중에 있는 청담복합빌딩, 쉐덴파크, 쉐덴빌 등은 주택과 할인점, 상가 등이 들어가 있는 주상복합의 형태다.

경영지원실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신세계건설은 이 방면에 주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물론 시공에 필요한 인력, 기술력 등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 방향 자체가 유통시설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업시설(할인점, 영업시설 등)과 주택이 혼합된 주상복합은 늘려가겠지만, 아파트만을 단독으로 지을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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