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재건축 ‘이사비’ 지원 기준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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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재건축 ‘이사비’ 지원 기준 명확히 해야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12.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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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배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최근 재건축 사업지에서 또다시 ‘고가 이사비’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건설사의 이사비 지급에 ‘시정명령’으로 제동을 건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아서다. 이에 건설업계의 ‘자정결의’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모호한 기준 또한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의 고액 이사비 제안이 재등장한 곳은 경기도 수원의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영통2구역(매탄주공4·5단지)’이다. 이곳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고액의 이사비를 제안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재건축 시장에 소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S건설[006360]·현대산업개발[012630] 컨소시엄은 입찰제안서에서 가구당 이사비 1000만원 무상 지원을, 롯데건설은 가구당 이사비 500만원 무상 지원 및 500만원 대여를 약속했다고 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고시 개정안에 위배된다. 개정안에는 시공사가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이사 비용이나 이주비 등을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 시에는 입찰을 무효화하기로 돼있다.

건설업계 스스로도 ‘재건축 수주 자정결의’를 통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도한 이사비 지원 등 양적 경쟁을 중단하고 질적 경쟁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비 지원 문제가 다시 불거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통2구역 재건축 조합은 국토부의 지침이 나오기 전 이미 이사비 제한을 1000만원으로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입찰제안서에는 ‘입찰 마감 전까지 국토부가 이사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그 지침을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입찰 마감일까지 국토부 기준이 나오지 않아 기존 1000만원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도 “조합이 입찰제안서에 이사비 상한선에 대해 고지했고,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지원액을 결정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사비 규제 개정안을 12월 내 시행할 계획으로, 개정규정은 고시 시행 후 입찰 공고를 하는 순간부터 적용된다. 즉 영통2구역과 같이 이미 입찰 공고가 진행돼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 재건축 사업지의 경우에는 개정안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현재 고시안에는 적정 이사비·이주비를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것으로 돼있을 뿐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사비 상한선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건설사들은 토로한다.

재건축 시장이 금품·향응 제공, 불법 매표행위 등으로 혼탁해진 것은 이미 오래다. 건설사 스스로도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없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조합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일감을 확보하려다보니 잡음이 생기고 있다.

꿈틀대는 재건축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하루빨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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