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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주(株主)는 쩐주가 아니다
박동준 정경부 경제팀장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인 ‘섀도보팅’과 맞물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재계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을 포함한 자산운용사가 투자한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자율지침이다. 앞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배경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업에 대한 견제 소홀이란 지적에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뒤 현재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20여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 역시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후폭풍으로 촉발돼 현재 전면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오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에 대한 전망이 매번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8월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자금은 602조7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275개로 10% 이상도 76곳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75개 종목 올해 수익률은 지난해 말 종가 대비 평균 16.91%로 집계됐다. 연중 재상장·신규상장된 종목은 상장 첫날 종가와 비교한 결과다.

이는 올해 코스피(22.15%)와 코스닥지수(24.75%) 상승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대량 지분을 보유한 종목 중 3분의 1 가량인 85개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전년에 비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경영 투명성이 제고돼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증대와 연금 가입자의 수익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펼쳐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돼 낙후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고질적인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 요소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기관투자가가 투자 대상 기업과 대화하면서 주주 환원 정책이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계는 기업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으며 자칫 연금이 다른 정치적인 목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산하 경제연구원인 한경연은 “기업경영에 적극 관여하라는 것이 기관투자가에 돈을 맡긴 위탁자의 뜻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위탁자에게 항상 이득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인 경우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공공기관인 동시에 ‘전 국민 당연가입 원칙’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인 특수성 때문에 자칫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가입자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경련의 이 같은 주장을 되짚어보면 국민연금은 지금과 같이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돈이 들어간 곳이다. 이 때문에 특히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지 쩐주가 아니다. 아직까지 저런 주장이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국내 자본시장의 갈 길은 아직도 멀었다.

박동준 기자  naima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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