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초대형 폭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상태바
[인물포커스] 초대형 폭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1.01.07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 특유의 ‘악재로 악재 덮기’ 기술 작렬에 ‘4대강 감사 지연’ 의혹 잊을 만큼 충격받은 野

[매일일보=이한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마지막 날이던 12월31일 장·차관급과 청와대 참모진 등을 포함한 개각을 단행하면서 각 분야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감사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정동기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사회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박형준 전 정무수석비서관, 언론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과 더불어 이 대통령의 측근인 ‘왕의 남자’로,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인사가 감사원장에 임명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황식 전 감사원장이 국무총리로 영전한 이후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방치하는 것에 대해 ‘4대강 사업’ 관련 감사 발표를 늦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던 야권은 BBK와 민간인 사찰이라는 초대형 폭탄을 안고 있는 정동기 후보자의 등장으로 ‘4대강 감사’ 관련 의혹은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악재로 악재를 덮어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이번 인사를 통해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MB정권 최대 치부인 BBK·민간인 사찰 이슈 재점화 도화선 될까?

박통시절 이후 첫 靑보좌진 출신 감사원장, 정치적 중립성 논란

인사청문회 단골소재인 부동산 투기·재산 증식 등도 빠지지 않아

청와대는 당초 새해 들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각을 연말에 단행한 이유에 대해 ‘새해 출발을 산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감사원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장관, 국민권익위원장 등 일부 공석 자리에 대한 인사 수요가 있었던 만큼, 2010년 한 해 인사를 마무리 짓고 산뜻하게 출발하기 위해 개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을 무시한 밀어내기식 삽질 인사”라면서 “청문회를 통해 꼼꼼히 들여다보며 밀어낼 인물은 확실히 밀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특히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BBK, 민간인 사찰관련해서 의혹이 있다”며 이와 관련한 ‘현미경 검증’을 공언했다.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 사진=뉴시스
BBK·민간인 사찰 재점화?

정동기 후보자는 2007년 대선 시절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임하면서 BBK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이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대선 뒤 곧바로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BBK 재판 결과와 그의 청와대행 연관성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왔다. 따라서 야권은 이번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11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대우조선해양사장 연임로비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 후보자의 이름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김윤옥 여사가 정동기 민정수석에게 남상태 대우조선해양사장의 연임을 지시했고, 정 수석은 이를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 또한 정 후보자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정 후보자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돼 민간인 불법 사찰이 진행된 때와 맞아 떨어진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전부터 정 내정자가 불법 사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불법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온 바 있다.

특히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복원해 낸 자료에 ‘민정수석 보고용’이라는 부분이 있어 이 같은 의혹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물론 그가 해당 사건에 대해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직무유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 후보자로서는 반드시 민간인 사찰 사건과 자신이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역시나 안 빠지는 재산 의혹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들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인사 때마다 매번 지적되어온 재산증식 관련 의혹도 난관이다.

정 후보자에게는 전관예우를 비롯해 부동산 투기, 재산 증식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20일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퇴직한 뒤 6일 만인 11월26일 ‘법무법인 바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로펌에 취직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전관에 대한 지나친 예우’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정 후보자가 해당 로펌에 취직한지 7개월 만에 7억여원을 벌어들인 점이다.

실제로 그는 2007년 11월26일부터 대통령실로 옮기기 전인 2008년 6월20일까지 약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6억9943만원을 벌어 매달 평균 1억원에 해당하는 고소득을 올렸다.

또한 정 후보자의 재산 총액은 2006년 2월 9억여원이었지만, 이듬해 3월 13억여원으로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재산이 18억여원으로, 2008년 8월 21억 여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바로 이 부분이 야권으로부터 재산증식을 의심받는 대목이다.

아울러 6일 국회에 제출된 주민등록 등·초본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15년간 서울 강남·마포, 경기 과천, 대구 수성 등에서 9차례에 걸쳐 전입신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는 1∼2년마다 서초구 반포동에 한 차례, 강남구 도곡동 두 차례, 마포구에 세 차례 전입하는 등 부동산 급등지역으로 이사를 다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정 후보자는 해당 기간 동안 5년간 서울지방검찰청 및 법무부 검사로 재직한 것 이외엔 부산, 대구, 충북 청주, 경남 창원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기 때문에, 이 같은 빈번한 전입신고는 부동산 투기를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동기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

재산관련 의혹들이야 현 정부 출범이후 인사청문회 때마다 매번 반복되어오던 문제라 이제는 무덤덤하지만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라는 점에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은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동기 후보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데 따른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논란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청문회에서 밝히는 게 도리고, 청문회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그땐 집이 없었고, 전세 기간이 만료돼 이사한 것”이라며 “난 내가 사는 집 외엔 땅 한 평도 가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 오는 19~2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 사진=뉴시스
감사원도 별도의 해명 자료를 통해 “정 후보자가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전인 1992년 말에는 전세로 살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주소 이전이 있었다”며 “이후엔 도곡동 아파트에서 1995년 더 넓은 도곡동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강남구 내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부동산 투기를 위한 전입과는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또 정 후보자의 재산증식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는데, 2006년 재산 신고액이 4억원 정도 늘어난 것은 실제 재산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며 부동산 재산신고 기준이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돼 액면가액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7년 검사직에서 퇴직한 후 법무법인으로 옮겨 7개월 만에 약 7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받은 자문료와 보수 등 4억원 상당과 검찰퇴직일시금 8700만 원 등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정 후보자를 두둔하고 나섰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정 후보자의 재산증식 의혹에 대해 “이미 (사전) 내부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재산)을 검증했다”며 “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잘 설명하면 납득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논란이 된 재산은) 정 후보자가 법무법인 공동대표 변호사로 재직하며 받은 것으로, 수임료와 자문료 등이 포함된 액수이며 세금을 떼면 훨씬 적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가 법무법인에서 받은 6억9000여만원 중 3억여원을 세금으로 냈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3억 9000만원인 만큼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후보자도 “법무법인에서 정당하게 급여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당당히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야권 “정동기 내정 고집, 레임덕 재촉”

정 후보자 측이 몇 가지 의혹을 해명하기는 했으나, BBK나 민간인 사찰 문제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아직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때문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야권의 집중적인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야권은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애초에 자질이 없는 인물이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내정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6일 “일상에서 바르게 살고자 불철주야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 지체 말고 정동기 내정자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정동기 내정자를 고집한다면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만 재촉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같은 날 “정 후보자는 굳이 청문회장에까지 가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퇴장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다”며 “정동기 후보가 끝까지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굳이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는다면, 무사히 돌아나갈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 역시 “애초에 BBK 사건 무마 의혹에 관련된 인물인 것만으로도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의 자격이 없다”며 “감사원장 자리가 대통령이 감사해서 주는 자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게다가 전관예우에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거론되다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본인이 감사원장으로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시고 또 다른 치부가 드러나기 전에 이 정도에서 그만하겠다고 밝히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